서울 속 또다른 세계, 외국인 마을에 가다

각 나라의 도시는 다 그 제 나름대로의 문화를 가진다. 서울역시 고유한 문화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해외의 도시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 할 필요는 없다. 서울 내에 특정 지역 외국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다양한 외국인 마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마을에서 이국적인 문화를 만나보자.
-편집자주-

▲ 몽골타운 앞 중앙아시아거리에 만국기가 걸려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러시아어로 쓰인 간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 낯선 냄새 등. 서울시내 한복판에 있지만 중앙아시아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곳. ‘중앙아시아길’, 그 곳에 다녀왔다.

우리대학과 멀지 않은 중구 광희동 일대에는 골목골목마다 몽골거리, 러시아거리, 우즈베키스탄거리 등으로 불리는 ‘중앙아시아길’이 존재한다. 일명 ‘동대문 실크로드’라고 불리는 이곳에 이방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한국과 소련이 수교를 한 1990년대 초부터다. 소련의 보따리 상인들이 동대문 일대 의류시장을 자주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소련 해체 이후에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 주변국 상인 또는 고려인들이 이곳의 주인공이 됐다. 지금은 재활용품 무역업에 종사하는 몽골인들이 광희동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 가장 많다.

중앙아시아길을 따라 걸으니 러시아어로 쓰인 간판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상점 주인을 제외하고는 러시아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 러시아 빵집에서 에그타르트를 샀다. 신 맛이 강했던 에그타르트는 충격적이었지만 신선했다. 또 러시아 간판의 옷가게에서는 주로 화려하고 강한 색감의 옷이 많았고, 대부분의 고객이 러시아 등 중앙아시아 사람들이었다.

길을 걷다가 몽골인들이 건물 한 동을 사용하는 일명 ‘몽골타운’에 도착했다. ‘금호타워’라는 이름의 이 빌딩은 서울시내 또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몽골인들이 주말 등의 시간에 모이는 장소라고 한다. 몽골인들은 가족 단위로 이 빌딩을 찾았는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곳에서 덜어내는 듯 보였다. 건물 1층 게시판에서는 몽골어와 영어로 여러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핸드폰 광고가 가장 많았고, 그 외에도 구인광고, 환전 정보 등 그들이 대한민국에 적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여러 정보들이 있었다. 

건물에는 식당, 마트, 핸드폰 대리점, 미용실, 네일아트숍, 아동용품점 등 다양한 가게들이 몽골인들의 만남의 장이 되고 있었다. 2층 몽골음식 식당에서 ‘초이왕’이라는 양고기 볶음국수와 ‘수태채’라는 마유에 소금을 붓고 끓여 만든 차를 마셨다. 처음에는 이국적인 향기와 맛에 놀랐지만 익숙해지니 또 새롭고 신기했다.

몽골타운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봤지만 경계하며 대답하기를 꺼렸다. 그들은 몽골타운을 방문한 기자를 이방인처럼 바라봤고 경계했다. 누군가에게 이방인이 된다는 것은 편치 않은 경험이었다. 그러던 중 ‘한국사회가 이들을 이방인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이 더욱 모여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입맛이 썼다. 어쩌면 이곳은 그들에게 배타적인 한국사회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그들만의 아지트일 것이다.


글·사진_박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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