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 또다른 세계, 외국인 마을에 가다

각 나라의 도시는 다 그 제 나름대로의 문화를 가진다. 서울역시 고유한 문화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해외의 도시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 할 필요는 없다. 서울 내에 특정 지역 외국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다양한 외국인 마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마을에서 이국적인 문화를 만나보자.
-편집자주-

▲ 일본 식자재 전문점 모노마트 내부 모습

회기역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약 30분을 가면 이촌역에 다다른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우연하게도 일본인 분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인 마을에 도착했음을 상기시켜주는 대목이었다. 일본인 마을이 위치해있는 이촌의 가을은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단풍이 특히 장관이다.

동부이촌동 주변에서 일본인들이 거주하게 된 것은 196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과 일본이 1965년 국교 정상화를 맺은 이후 일본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들이 이촌동에 거주하면서 일본인 마을이 차츰 형성되기 시작했다. 일본 대사관과 주요 기업들이 서울 도심에 있었던 반면,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로 이전하기 전 당시의 일본인 학교는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해 그 중간 지점에 있는 동부이촌동에 모여 살게 된 것이다. 일본인 거주자가 많은 만큼 일본어가 통용되는 장소 역시 상당히 많다. 일본인 어린이만 다니는 유치원이 있고 일본어로 예배를 보는 교회도 있으며 부동산과 약국, 동네 병원, 은행 등에서도 일본어가 통용된다.

그러나 ‘일본인 마을’이라는 명칭에 비해 거리에서 일본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오히려 전형적인 한국 동네에 가까웠다. 하지만 ‘일본 느낌을 구석구석에서 찾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마을을 거닐다보니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길거리 곳곳에 있는 표지판에 일본어가 드문드문 적혀있기도 했다. 일본인 마을답게 각 건물마다 스시, 카레, 우동 등 각종 일식 전문점이나 일본식 선술집이 한 곳 이상은 있었다. ‘일본어 상담 가능’ 등의 문구가 적힌 일본인 대상 부동산 중개업소도 여러 군데 존재했다.

이촌역에서 용강중학교와 신용산초등학교를 거쳐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서 직진하면 ‘모노마트’ 동부이촌점에 이른다. 모노마트는 전국 각지에 위치해있는 일본 식자재 판매 전문점이다. 가게에는 각종 향신료, 튀김, 면류, 과자 등 다양한 종류의 식자재들이 즐비했다. 일본인과 한국인 고객이 각각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모노마트의 일본인 직원 A씨는 “일본인 마을이지만 한국인도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탐방을 끝내고 이촌역으로 돌아가는 도중 이 마을에서 1년 6개월 정도 거주한 일본인 유코 씨를 만났다. 유코 씨는 “일본인을 위한 시설이나 장소가 많지는 않지만 한국인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이야기했다.

동부이촌동의 일본인 마을은 일반적인 한국 동네를 돌아다니는 느낌을 물씬 풍기다가도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일본 분위기를 선사해준다. 잔잔하게 일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일본인 마을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간직하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_ 허인영 기자
inyoung32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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