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 또다른 세계, 외국인 마을에 가다

각 나라의 도시는 다 그 제 나름대로의 문화를 가진다. 서울역시 고유한 문화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해외의 도시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 할 필요는 없다. 서울 내에 특정 지역 외국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다양한 외국인 마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마을에서 이국적인 문화를 만나보자.
-편집자주-

▲ 비내리는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풍경. 중국어로 쓰여진 간판이 눈에 띈다.


이국적인 향신료의 냄새, 중국어로 된 간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말소리.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대림역 12번 출구를 나서면 ‘서울 속의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만날 수 있다.

서울 서남부 공업지역인 구로디지털단지(옛 구로공단) 옆에 붙어있는 이 마을은 가리봉동에 거주하던 중국인 근로자들이 2004년 시행된 가리봉동 재개발로 인해 대림동으로 이주하며 형성됐다. 현재 대림동이 속한 영등포구의 외국인 인구는 2019년 3분기 기준 약 3만 4천명으로 전국 시군구 중 외국인 수 3위에 달한다. 또한 전체 외국인 거주인구의 77%가 한국계 중국인(이하 조선족)이며, 한족 등 조선족을 제외한 본토 출신 외국인 거주인구를 모두 합치면 영등포구의 전체 거주 외국인 수의 93%를 차지한다. 이는 서울 평균인 63%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치다.

수치가 증명하듯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길거리를 걷다 보면 연변지역에서 사용하는 동북방언의 우리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또한 길거리에서는 중국어가 통용된다. 음식점이나 가판대뿐만 아니라 편의점, 미용실과 같은 일반 상점, 심지어는 구청에서 부착한 안내문에도 중국어가 병기돼있다.

차이나타운을 걸어가다보면 대림중앙시장이 나온다. 이 시장은 원래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작은 재래시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이후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자 대림중앙시장도 고수나 ‘베트남 고추’라고 불리는 프락끼누 등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식재료를 팔기 시작했다. 음식점 위주의 차이나타운 중심가와는 달리 중앙시장에서는 가판대에서 판매하는 간식을 살 수 있다.

인천이나 다른 지역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경우 1992년 대만(중화민국)과의 단교 이전에 들어온 ‘구 화교’가 주축인 반면, 대림동에 형성된 차이나타운은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의 수교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신 화교’가 주축이 돼 형성된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은 음식에서 더 돋보인다. 대림동에서는 우리나라로 들어온 중화요리의 기반이 된 산둥지역의 음식과는 다른 둥베이 지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탕수육과 비슷하지만 넓쩍하고 쫀득한 맛의 꿔바로우, 가지와 감자, 피망을 기름에 튀기듯이 볶아 내오는 음식인 지삼선이 있다.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의 배경이 바로 2000년대 중반의 대림동 차이나타운이다. <범죄도시>는 대림동 차이나타운이 알려지게 된 큰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그만큼 대림동 차이나타운이 ‘범죄도시’라는 선입견을 심어주기도 했다. 실제로 방문한 대림동은 말로 듣던 것과는 달리 우범지역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지난 2010년부터는 대림동 지역에 외국인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등 꾸준한 자정노력을 보이고 있다. <범죄도시>에 나왔던 2000년대 중반의 모습은 많이 사라진 듯하다.


글·사진_ 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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