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사회사회
인간이 만든 도시, 그곳에 사는 동물의 소리 없는 아우성
신유정 수습기자  |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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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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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을 생각하면 대부분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커다랗고 멋진 호랑이, 귀여운 북극곰과 고래, 추운 곳에서만 사는 줄 알았던 펭귄까지 다양한 동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신기한 장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꿈과 희망의 장소였던 동물원이 동물에게 고통의 장소라는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동물 종 전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이런 움직임과는 반대로 실내 체험 동물원이나 이색 동물카페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도시 속의 공간에서 살아가며 인간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전시동물의 이야기를 다뤘다.

   
▲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메인 수조 속에서 다양한 물고기가 함께 헤엄치고 있다.

동물이 동물답게 살아갈 권리, 동물권

사람은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인간답게 살 권리인 인권을 가진다. 그렇다면 인간과 오랜 세월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인 동물의 경우는 어떨까. 1970년대 후반 윤리 철학자인 피터 싱어는 ‘동물도 지각·감각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보호받기 위한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며 ‘동물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인권에 버금가는 생명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고통받거나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간은 주로 우월적 위치에서 음식, 옷의 재료, 실험 도구, 오락을 위한 수단 등으로 동물을 이용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명체로서 동물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동물 학대와 착취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동물권과 이런 동물권을 실현하게 할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물원은 동물을 위한 공간이어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논쟁 중 하나는 동물원, 아쿠아리움 같은 공간의 전시동물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지난해 가을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사육사의 실수로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사살된 후 동물원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처음의 동물원은 인간의 오락과 유흥을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들어 동물원이 종보전이나 연구, 교육을 위한 장소로 변화하고 동물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동물원 속 전시동물들이 야생에 사는 동물보다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기자가 며칠 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방문했을 때 가장 처음 본 장면도 만지지말라는 경고문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관람객이 수조 속에 손을 넣어 철갑상어를 만지는 모습이었다.

드넓은 자연 속에서 살아왔던 동물이 사람으로 가득 찬 도시로 옮겨와 좁은 공간에서 살게 됐다. 이런 이주를 통해 사람은 보다 편리하게 동물을 만날 수 있게 됐지만 그 대가는 동물이 치르고 있다.

점점 더 넓어지는 도시 속 야생동물의 서식지

예전보다 도시 속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빌딩 속으로까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바로 체험형 동물카페와 실내 동물원 같은 새로운 형태의 동물 관련 상업시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간에 사는 동물들의 환경은 기존의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 보다 더욱 열악하다. 아무리 본래 동물이 살던 생태를 구현하려고 해도 폐쇄된 좁은 실내는 본질적으로 야생동물이 살던 서식지와 다르기 때문이다.

동물복지란 동물을 함부로 죽이는 것, 상처를 입히는 것, 괴롭히는 것 등의 일이 없도록 할 뿐만 아니라 동물 각자의 습성을 고려해 적정하게 다루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동물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해 놓은 체험형 동물카페는 아무리 좋은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해도 제대로 된 동물복지를 실현할 수 없는 공간이다. 이에 우리나라 3대 동물보호단체 중 하나인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김수진 활동가는 “다양한 지역과 기후에서 살던 동물을 한 공간에서 전시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생태 습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게다가 야생동물카페 같은 소규모 체험시설의 경우에는 동물복지 문제가 더 크게 제기된다. 야생동물이 본래 서식지가 아닌 인위적이고 좁은 환경에서 지내면서 본래 가지고 있던 습성과 생태에 맞지 않게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동물카페는 주로 손님이 동물을 보고 직접 만질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하며 이익을 얻기 때문에 이곳의 동물은 더 무분별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동물복지뿐만 아니라 동물 탈출, 유기 시 생태계 교란과 인수공통전염병 발생 우려 등 공중보건 측면의 문제도 있다. 그렇지만 소규모 전시시설이나 야생동물카페 등은 동물원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사육환경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8월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이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년 사이에 야생동물카페의 숫자는 증가했고 전시되는 종 또한 다양해졌지만 위생과 안전 관리, 생태적 습성과 무관한 사육환경과 관리 상태 등은 개선된 바가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에게는 야생동물카페가 쉽게 보기 힘든 귀여운 동물을 보고 만지며 찰나의 쾌락을 얻는 공간이지만 야생동물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공간인 것이다.

   
 
동물원 속 동물의 소리없는 아우성

사람들은 활기찬 동물의 모습을 기대하고 동물원에 가지만 동물원의 동물은 대부분 무기력하게 누워있거나 우리를 빙빙 도는 등 반복적인 이상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동물의 이상행동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특히, 동물원처럼 협소하고 동물의 행동과 생태에 적합하지 않은 사육시설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체험형 실내 동물원의 경우에는 ‘사람과 동물의 교감’을 중시하기 때문에 동물이 원하지 않는 시각·청각·후각적 자극과 접촉에 장시간 노출되면서도 몸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조성돼있지 않아 동물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더욱 심하다. 실내이기 때문에 동물 종과 관계없이 콘크리트로 마감된 바닥과 투명 유리벽으로 이뤄진 단조로운 환경은 동물의 정신·신체적 복지에 치명적이다.

넓은 자연 속에서 살아왔던 동물에게 자연스러운 행동은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을 때 동물은 병에 걸려 건강을 잃거나 단조로운 환경 탓에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이 보이는 이상행동은 동물이 보이는 좌절감의 표시다. 게다가 이런 동물은 공격성이 높아져 다른 동물이나 사육사에게 거칠게 행동하거나 때로는 자해를 하기도 한다. 이는 동물에게도 좋지 않지만 동물원의 순기능 중 하나인 교육적 기능과도 괴리가 있다. 동물원의 동물은 그 동물의 진짜 특성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김 활동가는 “동물원의 교육적 기능에 대한 부분에는 회의적”이라며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잠깐의 관찰을 통한 동물의 외양, 우리에 갇힌 제한된 행동뿐”이라고 말했다. 동물과 동물이 살아가는 생태에 대해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다양한 다큐멘터리나 동물 생태, 행동에 대해 서술한 저서를 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가장 높은 빌딩 속에서 살던 고래의 죽음

도심 속 전시시설에 사는 동물의 아우성은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7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귀여운 외모로 많은 인기를 받았던 벨루가 ‘벨리’가 세상을 떠났다. 야생에서 벨루가는 평균 30~35년, 길게는 50년까지 살지만 벨리는 12살에 죽음을 맞이했고 3년 전 같은 곳에서 패혈증으로 죽은 ‘벨로’는 5살이었다. 원래 극지방의 깊고 넓은 바다에서 무리 지어 살아가는 벨루가가 수심 7미터, 부피 1,200톤의 좁은 수조에서 관람객의 소음에 그대로 노출된 채 몸을 숨기거나 쉴 수도 없이 지내왔다.

또한 무리와 소통하고 북극지방에서 얼음구멍을 찾기 위해 발달한 음파 탐지 능력이 좁은 수족관에서는 정신·신체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벨루가나 돌고래는 고등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잡혔다는 사실을 인지해 우울증을 겪어 왔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요소들은 모두 벨루가의 죽음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홀로 남은 ‘벨라’를 비롯해 우리나라에는 러시아가 고향인 벨루가가 열 마리 남짓 남아있다. 롯데월드는 혼자 남겨진 벨라를 방류하기로 결정했지만 벨루가는 야생에 방류했을 때 적응 성공률이 극히 낮은 동물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오락만을 위해 야생으로부터 데려오는 일 자체를 삼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 노력해야

현재 존재하는 동물원을 폐지하고 그곳에서 살던 동물을 모두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동물원에서 태어나거나 이미 동물원에 익숙해져 야생성을 잃어버린 동물은 자연으로 돌려보낸다고 해도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물의 개체 수와 서식지가 감소하고 있어 자연으로 돌아가도 동물이 보금자리로 삼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또한 무분별한 개발, 환경 오염 등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이 늘어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야생보다 동물원의 동물이 더 안전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동물원의 순기능이 있더라도 동물원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최근 동물을 직접 만지고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형 동물원이나 동물카페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동물원을 상업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는 사람에게 즐거운 경험이지만 동물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그렇기에 이런 체험형 동물원을 지양하고 동물을 전시하는 경우에는 사육사의 설명을 들으며 동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형 동물원을 지향해야 한다.

동물 복지 개념에 따르면 갇혀 지내는 동물도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다음의 5대 자유 △목마름, 배고픔, 영양실조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 △공포와 고통으로부터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이런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동물원은 최대한 원래의 서식지와 비슷한 사육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동물원에서 동물이 보이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감소시키고 자연에서 보이는 본래의 행동을 하도록 하는 데에도 힘써야 한다. 그리고 동물원은 멸종 위기 동물, 희귀 동물 등을 보호·보전하며 동물관리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듯 앞으로의 동물원은 이제 인간의 오락이나 관람목적이 아니라 동물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글·사진·그림_ 신유정 수습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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