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부터 총학생회 및 단과대학 정·부학생회장 선거기간이 시작되지만 총학생회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생회 정·부학생회장 선거가 진행되지 않는다. 단과대 역시 선거가 치러지는 곳은 도시과학대학(이하 도과대), 예술체육대학(이하 예체대), 그리고 자유융합대학(이하 자융대) 3곳뿐이다. 총여학생회장, 자연과학대학과 공과대학 정·부학생회장을 제외하곤 후보가 나왔던 작년 선거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일시적 문제 아닌 만성이 된 문제

학생회 후보 부재가 올해만 발생한 일은 아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오히려 작년이 이례적으로 많은 후보가 나온 것이다. 총학생회의 경우 2014학년에 진행된 2015학년도 학생자치기구 선거 이후 경선이 진행된 것은 16학년도 보궐선거 한 차례뿐이다. 다른 6번의 선거는 모두 단일 후보로 진행됐으며 2016년과 2017년은 올해처럼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정기 선거가 실시되지 못했다. 단과대 학생회도 후보가 없었긴 마찬가지다. 2018년도 학생자치기구 선거에서 경영대, 도과대, 자과대, 정경대를 제외하곤 단과대 학생회 정·부학생회장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

근본적 원인을 찾고 해결해야

장효재 국제관계학과 학생회장(국관 17)은 “학우들이 학생자치에 소극적인 것이 본질적인 이유”라며 “학우들이 인식하는 학생자치의 필요성이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후보 부재의 원인을 분석했다. 실제 최근 4년간 투표율을 보면 학생들의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낮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 재선거까지 4번의 총학생회 선거 모두 투표 성립 요건인 40%를 겨우 넘거나 선거가 무산된 바 있다. 학생들의 관심을 다시 모으지 않는 한 학생자치기구의 위기는 계속 될 것이다.

단과대 후보들의 공약들, 학생자치를 살릴 수 있을까

총학생회 및 다른 단과대 학생회 후보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도과대와 예체대, 자융대에서는 후보가 출마해 선거본부(이하 선본)가 꾸려졌다. 이중 도과대와 예체대 정·부학생회장 후보들을 만나 인터뷰를 통해 출마계기와 공약을 들어봤다.

도과대 선본은 ‘Your Urban’이란 의미를 지닌 ‘UR’이란 이름으로 정후보자 차상준(환공 15) 씨, 부후보자 박소은(건축 17) 씨가 출마했다. 차상준 정후보자는 “19년도 환경공학부 부학생회장을 맡으며 학생자치에 대해 매력을 느꼈고 학우들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고 박소은 부후보자는 “1년간 건축학부 회장을 맡으며 즐거움을 느꼈다”며 “도시과학대 내 모든 학우들을 위한 일을 해보고 싶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공약은 복지, 학업, 교류로 나눠 발표했다. 복지로는 물품대여사업과 야식행사 그리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복지정책을 정하는 도시과학 참여예산제도를 내세웠고 학업에서는 21세기관 1층 도과대 학습실 정비 등을 내세웠다. 후보들은 “지금 도과대 학생실은 정경대 학습실에 비해 사용자가 적다. 위치상 습기가 많고 바닥을 밟으면 소리가 난다”며 “도과대 학우들이 많이 찾는 학습실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교류 면에서는 도과대 내 학부·과들 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모임 간 교류 지원과 도과체전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공약들 중 학생과 학생회가 소통하는 정책과 학생회 차원에서 단과대 내 학부·과들의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출마한 도과대 선본이 학생의견 수렴과 교류의 장 마련으로 학생자치기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활용하여 학생자치기구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학생들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꿀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예술체육대학 선본은 날개의 순우리말 ‘나래’라는 이름으로 정후보자 이지우(스과 15) 씨, 부후보자 김은지(산디 19) 씨가 출마했다. 이지우 정후보자는 “고등학교 때 한 학생회 일을 통해 소속된 곳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에 처음 흥미를 느꼈고 대학에 와서도 학생회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다. 16년도 예체대 복지국장을 맡으며 학생회장까지 생각하게 됐고 이번년도 회장의 권유에 따라 출마하게 됐다”고 출마이유를 밝혔다. 공약으로는 예체대 학생들이 직접 참가해서 만드는 이벤트 기획, 간식·야식행사, 물품 대여사업을 내세웠다. 도과대와 마찬가지로 학생들과의 소통에 관한 공약이 눈에 띈다. 한편 부조리한 악습이 있다는 예체대 이미지 개선에 관해서는 “학생뿐 아니라 교수들과의 대화도 필요한 만큼 완전히 해결할 특별한 방책은 없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계속되는 위기, 해결책 강구해야

몇몇 후보들이 나와 포부를 밝혔으나 학생 자치가 위기에 놓였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행정부와 입법부 등 국가기관의 활동에 정당성을 주고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근간이 시민이듯 학생자치기구의 근간은 학생이다. 학생의 관심이 없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한 학생자치기구가 쇠퇴하고 붕괴하는 건 시간문제다.

장 회장은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이 참여하고 싶은 교류 행사를 만들고 학생회만이 가능한 복지사업을 구상해야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학생의 관심 저하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학생회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을 강화해 학생들이 학생회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길훈 수습기자
greg030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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