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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재개발 이야기
최강록 기자  |  rkdfhr123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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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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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줄기가 산에서 시작하듯 청계천도 종로의 마천루들 사이에서 시작한다. 동아일보 사옥 맞은편에서 발원한 청계천은 영풍빌딩과 한화빌딩을 차례로 비집고 내려간다. 하지만 머지않아 청계천이 보는 풍경은 극적으로 바뀐다. 이곳에는 1, 2층의 낮고 작은 건물들이 가득하다. 이곳을 지칭하는 이름은 다양하다. 을지로 공구상가, 세운재개발촉진구역. 하지만 예전부터 이곳은 서울 사람에게 ‘청계천’이라고 불려왔다.  -편집자주-

   
▲ 청계천 공구상가의 전경. 이곳은 세운 3구역으로 재개발이 진행중이다. 오른쪽에 기존의 건물이 철거되고 재개발이 진행중인 3-145구역이 보인다.

청계천, 시간이 쌓인 곳

붓으로 정성스레 적어낸 간판이 반쯤 헤진 채로 걸려있다. 간판 위로는 지붕이 겹으로 쌓여있다. 첫째 지붕은 기와다. 기와는 이 집의 나이를 알려준다. 그다음 지붕은 플라스틱 슬레이트다. 이마저도 찢기고 부서졌다. 이곳이 재개발 촉진지구로 묶여있어 개·보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옆으로는 볼트 가게가 보인다. 가게 안에는 나무 선반이 둘러져 있다. 볼트가 그득한 나무 선반에는 검은 손때가 자욱이 묻어있다.

   
▲ 기와지붕 위로 슬레이트 지붕이 얹혀있다.

 

   
▲ 성신볼트의 나무 서랍안에 볼트가 가득하다.

 

일제강점기 공업화 과정을 겪은 서울은 새로운 산업과 공장들이 들어서게 된다. 특히나 청계천 주변으로 공장들이 무차별적으로 생겨났다. 그러다 해방 직전 종묘 앞쪽이 폭격에 대비한 소개공지대로 설정되며 종묘와 남산을 잇는 기다란 공터가 나타난다. 한국전쟁 직후 피난민들은 이 공간을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판자촌이 청계천 일대로 들어서고, 피난민들은 생존을 위해 자신의 집 앞에서 노점을 치기 시작했다. 생활용품, 기계와 철물,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각종 물건이 청계천 일대 골목을 가득 채웠다.

1960년대 김현옥 서울시장에 의해 청계천 환경정비가 진행되고, 청계천의 불법 판자촌이 헐렸다. 주민들이 빠져나가며 청계천은 자연스럽게 상업 공간으로 변화했다. 소매업만 발달한 것이 아니다. 산업 용품을 제조하고 수리하는 공장들까지 들어서기 시작했다. 또한 김현옥 시장은 소개공 지역에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인 세운상가를 건설했다. 세운상가는 바로 옆 청계천 공구상가와 연결되며 청계천에서 만들어진 물품들을 판매하게 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청계천 일대는 제작, 수리, 판매가 연결되는 도심 제조업 클러스터로 발전했다.

서울의 한복판에 있던 탓인지 정치인들은 청계천 공구상가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1979년부터 청계천은 재개발 구역으로 묶였다. 그렇지만 실제로 재개발을 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6년 이곳을 ‘세운재개발촉진지구’로 지정할 때까지 재개발은 한 곳도 이뤄지지 않았다. 재개발 구역으로 묶인 곳은 단독으로 집을 개·보수하지 못한다. 이곳이 40년 동안 재개발 구역으로 묶여 있었기에 역설적이게도 이곳은 40년 전 서울의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청계천에 가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

난잡한 골목 사이사이로 거대한 기계들이 한가득이다. 그것들이 내뿜는 소음과 충격은 골목길까지 느껴진다. 골목을 더 돌아 들어가면 다른 작업들이 한창이다. 한쪽에서는 알곤 용접의 파란 불빛이 창문을 비추고, 다른 한쪽에서는 방금까지 쇳물이었던 철판이 연기를 피우고 있다. 이곳에서는 금속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공정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20년간 일을 해오던 신한정밀 사장 정연정 씨는 그것이 이곳의 핵심이라 말한다. “사람들이 여길 왜 오는데요. 여기선 모든 공정이 가능한 거야. 길 건너편에 재료 있고, 기계 있고. 여기서 뭘 하고 싶으면은 하루 안에 다 끝낼 수가 있어요” 그러면서 문 앞에 있는 스티커 하나를 가리킨다. “송호준이라고 알아요? 세계 최초로 개인 인공위성 만든 사람. 그걸 여기에서 만들었잖아”

   
▲ 거대한 프레스기가 큰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다.

 

   
▲ 알곤 용접의 파란 불빛이 비닐창을 메운다.

 

청계천에서는 원하는 부품을 한 개라도 만들 수 있다. 시제품을 제작하려고 하는 기업 연구팀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는 이 소규모 생산이 청계천의 가치라고 말한다. “모든 제작자는 청계천을 거친다는 말이 있어요. 내가 기계를 만들거나 만들고 싶을 때 안산 공단 같은 곳에서는 만들 수 없잖아요. 하나만은 안 만들어주니까, 최소 천 개는 만들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하나만 깎아서 만들어볼 수 있어요”

또한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의 연구실에서도 청계천을 많이 이용한다. 이런 연구실은 실험 기구를 직접 설계하여 제작하기에 시중에 부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정밀 공장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기자가 시립대에서 왔다고 하자 밝은 목소리로 “시립대! 안 그래도 저번에 시립대에서 우리 공장에서 부품 깎아 갔는데”라며 웃었다.

청계천에는 다양한 예술가들도 많이 모여든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의 현욱 활동가는 직업이 예술가다. “어설픈 도면이라도 청계천으로 들고 오면 사장님들이 노하우 덕분에 얘기하다가 아이디어도 생겨요. 또 즉석에서 작업도 해볼 수 있고요. 머릿속으로 그리던 것을 실험해보고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죠” 학생 예술가들이라고 해서 청계천의 필요성은 예외는 아니다. 한희수(산디 16) 씨도 과제를 위해 청계천 공구상가에서 파이프를 산 적이 있다. 그는 청계천을 노하우가 있어서 웬만한 건 다 만들 수 있는 곳이라고 평했다.

우리대학 건축학과 황지은 교수는 “도심 제조업은 도시의 경쟁력”이라며 도심 제조업이 보존되고 계속 이어져 온 청계천의 가치에 주목했다. “전 세계의 큰 도시에는 대부분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도심 제조업의 복잡한 네트워크가 존재해요. 이런 도시 내에 남아있는 제조업은 도시의 활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생산기지의 역할을 하죠. 서울에서는 청계천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서울시는 이 지역의 가치를 깨닫고 지난 2014년 ‘다시-세운’이라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세운상가를 철거해 그 일대를 전면 재개발하는 것 대신 세운의 가치를 보존하며 재생을 중심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시는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세운 메이커스 큐브’를 마련해 세운상가 일대 활성화와 기술장인과 청년 간의 교류를 위해 청년 스타트업과 예술가 그룹의 입주를 장려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도시 재생사업에 청계천 일대는 포함되지 못했다. 메이커 시티로서 세운상가의 가치는 인식하고 지키고자 했으나 청계천 일대에는 전면 재개발 사업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인허가를 내준 것이다.


재개발, 청계천의 가치를 철거하다

골목을 따라 더 걸어 들어가자 갑자기 길이 끊긴다. 끊긴 길 뒤로는 맨땅이 모습을 드러낸다. 재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다. 작년 10월부터 철거가 진행돼 1월 철거가 마무리 됐다. 현재는 건물을 올리기 전 마지막으로 땅을 다지고 있었다.

   
▲ 골목의 끝으로 맨땅을 다듬고 있는 포크레인이 보인다.

   
▲ 친구를 잃은 건물이 황량하게 서있다.

 

1979년부터 재개발 구역으로 묶여만 있던 청계천 공구상가는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 아래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묶이며 개발을 시작한다. 이때 재개발의 신호탄으로 현대세운상가를 철거하고 ‘세운초록띠공원’을 만든다. 하지만 나머지 구역은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다. 재정비 지구로 묶인 단위가 너무 크고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2014년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세운상가를 존치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것은 세운상가에 국한됐다. 세운상가 옆으로 있는 청계천은 재개발 단위를 더 작게 분할하여 재개발을 쉽게 만들었다. 이때 3구역이 10개 구역으로 쪼개진다. 이 때문에 현재 3-145구역이 1차로 재개발됐다.

황지은 교수는 이곳이 재개발되는 데에 걱정을 드러냈다. “청계천의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생태계에서 어느 한 지점이 없어지면 네트워크 자체가 없어지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늘 있죠” 실제로 더 이상 청계천에는 ‘도금’이라는 공정이 없다. 1차 재개발 구역과 함께 헐린 마지막 도금 공장은 다시 청계천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정밀공장을 운영하는 정연정 씨에게도 같은 걱정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 우리가 붙어있는 이유를 알아야 해요. 길 건너편에 베어링 골목 있고, 세운상가에는 전자, 전기 같은 거 있고. 완제품까지 만들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는 데가 여기야. 여기가 없어지잖아? 세운상가가 있을 필요가 없어요. 세운상가가 없으면 여기가 무너지고 우리가 무너지면 세운상가가 무너지고. 줄 도산이 일어나는 거야”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계천의 가치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한 적 있다. 박원순 시장은 “산업생태계를 최대한 보존하고 활성화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기본방향”이라며 “생활유산들에 대해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말한 적 있다. 또한 올해 초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을 위해 세운정비 사업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재개발 사업은 순항 중이다. 상인들의 가게로는 감정평가사들이 드나들고 공시지가 안내문이 날아온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현욱 씨는 걱정이 가득하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내년 초에는 이곳(3-267 구역)이 헐릴 것으로 보인다. 상인들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 가장 걱정이다”

서울시의 재개발 대책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청계천 공구상가의 이주 상가로 가든파이브가 계획됐었다. 하지만 가든파이브가 기획 과정에서 복합 물류센터로 바뀌며 상인들이 입주할 수 없는 곳이 됐다. 정연정씨는 화난 목소리로 탁상행정을 지적했다. “솔직히 말해 우리 먼지 좀 나요. 먼지가 나는데 바깥에다가 보기좋게 통유리로 감싸버리면 그 먼지 다 어디로 가요. 그리고 우리 용접 같은 거 하잖아요. 용접하면 연기 나잖아? 그럼 맨날 갖다 울려 이게. 경비실 맨날 쫓아와” 그는 상인들을 위해 계획된 공간이 상인들에 대한 고려 없이 지어졌다는 사실에 가장 분개했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상인이 가든파이브 입주를 포기했고 그곳에 들어간 상인들도 머지않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 신한정밀 사장 정연정 씨. 설명하고 있는 그의 옆으로 금속 가공에 쓰이는 기계들이 즐비하다.

1구역이 헐린 후 시공사에서는 재개발 구역의 상인들을 위해 청계천변에 컨테이너로 가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장들을 위한 대책은 아니었다.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탓에 크고 무거운 기계는 설치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정 씨는 대책 없는 현실이 그저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는 청계천을 재개발하기보다는 보존하고 재생하자 주장한다. “오래된 도시에는 대부분 도시 제조업을 맡은 지역이 있어요. 이를 잘 활용하면 도시의 매력이 돼요. 도심 산업이 스스로 소멸한다면 모르겠지만 인위적으로 옮기거나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더 건강하게 재생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지원해야죠”


글사진_ 최강록 기자 rkdfhr1234@uos.ac.kr
글_ 신유정 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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