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 때는 정말 좋다”

일본의 유명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절친인 안자이 미즈마루의 딸 결혼식 축사에서 했던 말입니다. 이 무의미한 동어 반복 같은 말은 오랫동안 제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억지로 현실을 낭만적으로 만들려는 수사보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이 말이 더 낭만적으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좋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루키는 늘 뭔가 딴생각을 떠올리면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세상에 즐거움과 보람만 주는 활동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힘들다, 좋다, 행복하다와 같은 일상적인 단어대신 ‘깊다’라는 말로 제 신문사 생활을 요약하고 싶습니다.

물리적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그 안에는 그저 흘러가기만 하는 피상적인 시간과 겹겹이 쌓인 경험들을 오랫동안 음미하며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깊은’ 시간이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여 간의 신문사 활동은 보람차고 즐겁기만 했던 것도 지치고 버겁기만 했던 것도 아니라 나름의 굴곡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의미 있는 일에는 제 나름대로의 굴곡이 있다고 믿습니다. 처음으로 제 이름이 들어간 기사를 써본 일, 취재를 명목삼아 축제를 즐긴 일, 편집국장으로 신문지면 편집을 책임진 일 등 신문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경험들의 의미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굴곡을 함께 만들기도 하고 건너기도 한 기자들에게 대한 고마움을 일일이 표현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것입니다. 먼저, 신문사 활동에서 단순히 2주에 한 번씩 신문을 만든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합니다. 아울러 남아서 신문사 활동을 계속 하는 기자들도 신문사 생활을 통해 자신만의 의미를 얻어가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김세훈 편집국장
shkim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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