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불광동에는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마련된 곳이 있다. 바로 서울혁신파크다. 처음 이곳에 방문했을 때는 2020년에 완공되기 때문인지 휑하고 정돈되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이곳에서 말하고자 하는 ‘혁신’을 실감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를 만나고,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며 ‘혁신’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나볼 수 있었다. 과연 그곳은 어떤 곳인지 알아보자.  -편집자주-

 
서울혁신파크는 ‘대담하고 자유로운 사회혁신 실험공간’을 목표로 한다. 장미정 서울혁신센터 홍보팀장은 “서울혁신파크는 정부·사회차원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 난제를 이 공간에서 다양한 형태로 풀어보는 하나의 거점이자 사회혁신플랫폼”이며 “‘앎, 꿈, 함’의 3합으로 서울혁신을 이뤄나가는 메카다”라고 서울혁신파크를 소개했다. ‘앎, 꿈, 함’의 3합이란 시민들이 사회혁신을 알고, 그 사회혁신을 꿈꾸고,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사회혁신을 위해 모이다

전 세계적으로 ‘혁신’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109,691㎡(약 3300평)의 부지에 달하는 타운 형태의 공간은 서울혁신파크가 유일하다. 장 홍보팀장은 “서울혁신파크에는 사회혁신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분야·주제별 단체들이 다 모여 있다. 사회적 경제, 마을공동체, 에너지, 공정무역, 문화예술, 인권 등 다양한 단체가 있다”며 “입주해 있는 단체를 모두 합하면 약 250여개고 상주 인원만 약 1300~1500명이다”라고 밝혔다. 서울혁신파크 내 다양한 단체들은 서로 연계해가며 ‘지속가능한 미래’ 또는 ‘사회혁신’ 등의 공통의 목표를 이뤄가기 위한 상호작용을 전개한다.   

질병을 치유하는 공간에서 사회문제를 치유하는 공간으로

서울혁신파크의 건물은 1960년대부터 2009년까지 국립보건원, 식품의약품안전처(청), 질병관리본부 등으로 사용됐다. 이후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충북 오송으로 이전했다. 지역사회에서 이 빈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했고, 컨벤션 센터 등 다른 목적의 용도로 사용하고 싶어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와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시민들은 이곳을 혁신을 실험하는 공간으로 만들기를 희망했다.

결국 이 공간은 혁신실험을 창조하고 확산하는 서울혁신파크로 구체화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중간지원조직으로 입주했다. 중간지원조직이란 민간 위탁 형태로 국가기관과 민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을 말한다. 2014년 5월 14일 서울혁신파크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이후 2015년에는 서울혁신센터가 조례에 따라 개소했고, 공식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장미정 팀장은 “이전에는 질병을 치유하는 공간이었고, 2015년부터는 사회문제를 치유하는 공간이 됐다”고 서울혁신파크의 의미를 나눴다.

마침내 2018년 상상청, 연결동, 공유동, 연수동 등이 리모델링을 마쳤고 팹시티(서울시 자급자족도시 운동 선언) 실험지로 선정됐다. 2019년 올해에는 서울기록원이 개원했다.

▲ 재생동 외벽에 중고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전 세대가 모여 사회혁신을 꿈꾸는 곳

서울혁신파크는 마치 하나의 마을 또는 캠퍼스같이 다양한 건물로 이뤄져 있었다. 각 건물마다 이름이 있고, 그 목적과 쓰임이 달랐다. 장미정 팀장은 “이곳은 서울시가 조성한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마다 서울시민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서울혁신파크는 전 세대가 모여 사회혁신을 함께 이뤄갈 수 있는 공간이다. 어린이복합문화시설 조성은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고, ‘공유동’에 위치한 ‘크리킨디센터’는 청소년을 위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중간지원조직이다. 이곳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요리진로교육을 하는 ‘영셰프’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서울혁신파크 내에는 지역사회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구내식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직원이나 입주자들은 가끔 영셰프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약 6000원대의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청년을 위해 ‘청년청’과 ‘서울시 청년허브’가 있고, 장년층 이상의 인생 재설계를 돕는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도 있다.

재생을 실생활에 이뤄내는 곳

서울혁신파크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바로 ‘재생’이다. 이와 관련된 건물로서 ‘재생동’과 ‘목공동’을 소개할 수 있다. 재생동은 버려진 자원의 재사용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중고 장난감을 일일이 분해해서 새롭게 자신의 장난감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건물 외벽에는 중고장난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있어 그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목공동은 전문 장비와 전문가가 상주하는 목공작업장이다. 이곳에서는 서울혁신파크 내 나무 중 너무 오래돼서 쓰러진 나무 또는 재생나무를 재료로 삼아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이 외에도 옛 하수처리장을 보수 및 리모델링을 통해 사용하는 ‘예술동’, 옛 시약창고를 현재 전시공간으로 사용하는 ‘SeMA 창고’ 등 건물 자체가 재생되는 사례도 있다.

▲ 제작동에는 3D 프린터 등의 디지털 장비가 구비된 작업장이 있다.

공유의 의미를 실현하는 곳

또 서울혁신파크에서는 ‘공유’가 중요시 여겨진다. 공유동 1층에는 ‘공유창고’가 있어 신청을 한 뒤에 물건 등을 빌릴 수 있고, 2층에는 ‘자전거공방’과 다목적홀이 있다. 시민들은 자전거공방에서 달에 한 번씩 약 1만 원 정도의 회비를 내고 자전거 하나를 빌릴 수 있다. 그 자전거는 자신의 자전거처럼 이용할 수 있고, 자전거공방에 와서 다른 자전거로 바꿀 수도 있다. 만약 자전거가 고장난다면 자전거공방으로 와서 고칠 수 있다. 또 공간공유 활성화 사업 중 대표적인 것은 8개의 옥상을 개방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 공간을 댄스파티, 삼겹살 회식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사각지대에 있는 인권을 생각하는 곳

마지막으로 서울혁신파크가 중요시 하는 것은 ‘인권’이다. ‘상상청’ 1층에는 어린이 대상으로 연극을 진행하는 ‘이야기꾼의 책공연’이라는 기업이 있다. 이들은 동화책 한 챕터를 새롭고 다양하게 해석해 연극화한다. 이곳 배우들에 대한 처우는 매우 좋다. 전국적으로 급여제로 월급을 받는 배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배우들에게 매달 급여를 주는 것을 현실화시켰다. 또 공유동 6층에는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가 있어 성평등에 대한 의제를 설정하고 지원하는 단체도 있다.

이 외에도 ‘에너지 전환’을 위해 홍보관, 제작동 등 여러 곳에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제작품이 설치돼 있기도 하고, ‘글로벌’과 관련해 상상청 2층에는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단체를 입주시킨 ‘글로벌코워킹존’도 존재한다.

▲ ‘청년허브’의 김민진 매니저가 청년청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 중간지원조직 청년허브를 만나다

서울시의 중간지원조직인 ‘청년허브’는 청년의 생활·문화·자산 플랫폼으로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청년 활동을 지원한다. 청년허브의 김민진 연구홍보팀 매니저는 “청년허브는 청년들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발굴하고 지원하며, 지속가능한 도시 서울을 만들고자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청년허브는 크게 네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3인 이상의 청년 커뮤니티 지원 사업 ‘청년참’,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기 위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청년업’, 청년단체의 자립을 위한 공간 지원 등의 지원 사업 △청년강연 플랫폼 등의 교육 사업 △청년 지원 정책을 연구하거나 청년의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인 연구 사업 △청년 이전과 이후 세대, 서울의 안과 밖, 전 세계를 청년들과 연결하는 교류 사업 등이 있다. 청년허브의 모든 프로그램은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무료로 진행이 되고 있다. 그러나 김 매니저는 “아직 인지도가 낮고, 대학생이 학업과 동시에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기에 참여율이 낮다”며 “청년허브의 프로그램들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와서 할 수 있는 것이므로 다양한 청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청에 찾아가다

혁신파크의 ‘청년청’은 청년허브에서 지원하는 청년활동 공간이다. 청년청은 ‘무언가를 해보려는 청년’들이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자립에 발판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청년청은 청년활동의 자립을 위해 공간이 필요한 청년단체·기업·커뮤니티·개인에게 청년청 공간을 저렴한 임대료(월 약 17만원)로 최대 4년까지 지원한다. 입주를 원하는 청년들은 입주 단체 모집기간에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입주를 신청할 수 있다.

청년청에 처음 들어가면 1층의 ‘자립실험실’을 만날 수 있다. 자립실험실은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방법을 모색 중인 청년들이 운영하고 있다. 각 공간에서는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시민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현재 월경컵 입문자들을 위한 스튜디오 ‘안녕월경컵 팝업스토어’, 도심 속 보드게임 카페 ‘혼자놀다가게’, 활력을 불어넣는 운동을 제공하는 ‘라이프핏 운동센터’, 청년농부들의 농산물을 사용해 식사를 판매하는 ‘플랫폼510’, 시각 예술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나리×지오 실험실’ 등이 입주해 있다. 2, 3층에도 다양한 청년 단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1층 이외의 공간은 입주단체 전용 공간이어서 올라가 볼 수 없었다.

미래청의 청년허브 공간을 둘러보다

청년허브는 ‘미래청’에서 일과 사람이 만나는 공유공간을 제공한다. 서울에 있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청년허브를 통해 같은 목표를 둔 동료를 만나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다. 청년뿐만 아니라 서울시민 누구나 청년허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미래청 1층 청년허브 공간에는 청년허브에서 운영하는 창문카페와 공유책장, 다양한 크기의 회의실이 있다.
청년허브는 청년들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활동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미래청의 ‘미닫이실험실’을 지원한다. 대표자 나이가 만 19~39세 사이이고 청년허브의 공간에서 전시, 워크숍 등 시민 대상 콘텐츠를 진행하는 팀은 미닫이 실험실이라는 독립된 입주공간과 공유 물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미닫이 실험실에는 보드게임 제작 단체 ‘포푸리’, 예술심리교육단체 ‘Goodwill 0318’ 등 다양한 단체들이 입주해 있다. 미닫이 실험실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제로마켓’이었다. ‘제로마켓’ 앞에는 ‘쓸어담장 무료 상점’이 있다. 이 상점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부 받아 무료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상점으로 자주 매대에 놓여있는 물건이 바뀌어 있었다. 처음 파크에 갔을 때에는 부츠와 가디건이 있었고, 3일 후에 다시 왔을 때에는 구두가 놓여있었다.

미래청에서 프로그램에 참가해보다

청년허브 공간인 미래청 1층 다목적 홀에서 진행하는 ‘딜리셔스 무비데이’ 프로그램에 참여해봤다. 딜리셔스 무비데이는 서울시 서북권직장맘지원센터 주최로 노동자들을 위해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노동인권영화를 상영했다. 남순아 감독의 「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지」와 이병기 감독의 「무노조 서비스」 같은 다큐 형식의 영화를 감상하며 노동에 뛰어든 청년의 고충과 직장에서 하는 노조 활동의 고난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무비데이 프로그램 참가자 이주연(35) 씨는 “혁신파크에서 매일같이 진행하는 행사들을 보고 괜찮은 프로그램을 골라 참석한다”며 “다양한 분야, 형태, 유형의 집단들이 모여 있다 보니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것 같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 유익한 것 같다”는 의견을 표했다.


글_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글·사진_ 이은정 기자 bbongbbon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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