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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펭수는 펭수’, 우리 사회의 틀을 깨다
신유정 기자  |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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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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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펭’ 씨에 빼어날 ‘수’. 뽀로로 선배님을 보고 우주 대스타의 꿈을 키운 자이언트 펭귄 펭수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남극에서부터 헤엄쳐 머나먼 한국에 도착했다. EBS 소품실 한구석에서 생활하며 낯선 한국 땅에서 살아가던 연습생 펭수는 요즘 자신의 꿈에 성큼 다가갔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습생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펭귄이 된 것이다.

전 세대의 사랑을 받으며 각종 광고 섭외 1순위로 떠오른 펭수는 캐릭터로서 이례 없는 인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면 펭수는 어떤 점이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을까? 기자는 펭수의 인기요인에 대해 알아봤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를 존중할 줄 아는 펭귄

한국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권위주위와 위계질서에 아랑곳하지 않는 펭수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른바 ‘사이다’를 느끼게 한다. 한낱 연습생 신분인 펭수는 자신의 소속사 사장인 EBS 김명중 사장을 거리낌 없이 ‘김명중’이라 부르는가하면 자신에 충고하려는 선배에게 “잔소리하지 말라”며 따끔한 일침을 날린다.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 정서상 이런 펭수의 행동은 버르장머리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펭수의 날카로움은 철저히 위를 향한다. 마치 무법자 같은 펭수도 청소년 출연자에게는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겸손한 태도로 출연자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고 공평하게 대하는 펭수의 모습은 펭수가 그저 무례한 것이 아니라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캐릭터임을 말해준다. 

펭수에 열광하는 2030세대는 탈권위적이며 수평적 문화를 선호하지만 사회초년생이기 때문에 현실 속에서는 권위에 저항하지 못하고 속으로 삼켜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거침없는 펭수의 말과 행동은 한국의 서열문화나 위계질서 속에서 자기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대중에게 대리만족을 실현해준다. 

실제로 펭수의 팬인 한태영(융전 18) 씨는 “펭수라는 캐릭터는 10살 어린이지만 어른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을 많이 한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던지 사장님을 김명중이라고 부르는 등 사회인의 애환을 풀어줄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사회적 편견에서 자유로운 펭수

대부분의 자기소개서에는 성별 표시란이 있다. 그런데 펭수의 자기소개서에는 성별 표시란이 없다. 펭수는 자신이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고 말한다. 권위주의 같은 전통적인 관습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성 역할에도 반기를 드는 것이다. 기존의 캐릭터가 뚜렷한 성별과 그에 따른 성역할을 수행해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펭수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특정한 성별에 따른 성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는 이분법적으로 나뉜 성별을 가지고 전형적인 성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펭수는 자신의 성별을 밝히지 않고 성 중립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런 펭수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뜨리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시대의 청춘에게 위로를 건네는 펭수

펭수는 남극에서도 한국에 와서도 다수에 속하지 못했다. 고향 남극에서는 키 210cm, 몸무게 94kg로 또래 펭귄들보다 거대하다는 이유로 따돌림 당했다. BTS 같은 우주대스타가 되리라는 부푼 꿈을 가지고 온 한국에서는 사람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홀로 펭귄으로 살아남아야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펭수는 주눅들지 않는다. 자신은 외로웠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오히려 “기후변화로 남극에 빙하가 녹아 힘든 펭귄들을 보호해 달라”며 자신을 따돌린 이들까지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긴장하고 위축되기 마련인 오디션장에서도 펭수는 당당하다. 자신의 합격여부를 결정하기에 어찌보면 ‘갑’의 위치에 있는 심사위원에게 ‘빨리 결정해야 KBS를 가든, MBC를 가든 한다’며 자신이 보는 앞에서 합격을 결정하라고 요구할 정도다. 펭수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펭수는 ‘외롭지만 특별한 별’이다. 펭수는 자신의 다름을 특별함으로 받아들인다. 펭수의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을’의 입장에 있는 청춘에게 위로를 준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비록 펭수가 유아용 캐릭터로 출발했지만 연출되지 않은 펭수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기존의 캐릭터들과 차별점을 가져 많은 호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선망의 위치에 있는 영웅적 캐릭터가 인기를 받았지만 지금 세대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 같은 캐릭터를 선호해 자신의 처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펭수에 열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2030세대가 펭수에 열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주대스타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안고 남극에서 헤엄쳐온 펭귄 한 마리에 우리 사회는 열광하고 있다. 펭수의 인기는 단지 펭수가 주는 재미와 유쾌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펭수는 한국 특유의 복잡한 위계질서와 권위주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당당히 자신만의 행보를 보여줬다. 최근 2030세대에 퍼진 ‘펭수 신드롬’은 그런 펭수의 행보에 공감하고 위로받은 이들의 보답이었다.


신유정 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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