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콘텐츠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콘텐츠산업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의 제작, 유통, 이용 등과 관련한 산업으로 방송, 영화, 게임, 음악, 출판, 광고, 공연 등 다양한 장르를 포함한다. 그 중에서도 최근 웹툰, 웹소설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에 나온 신규작품의 수는 2731건으로 1548건이었던 2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웹소설 시장 매출액은 매년 2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웹툰, 웹소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작가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웹툰, 웹소설의 작가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에 국회는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국회에서 아직 계류 중이다.

 
경쟁의 심화로 인해 길어지는 노동시간

플랫폼마다 분량 차이는 있지만 네이버 같은 경우 많게는 한 화에 100컷 이상씩 작업해야 하는 작가가 많다. 2018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작가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0.7시간, 주당 5.7일이다. 작가 두 명 중 한 명은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한다. 대부분의 작가가 혼자서는 분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한두 명의 보조작가를 두지만 이로 인한 비용은 작가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휴재를 할 때조차 작가는 편히 쉴 수 없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노동자지회(이하 콘텐츠노조)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웹툰작가 A씨는 작품을 연재하던 중 암 발병으로 치료를 위해 휴재를 요청했다. 그러자 플랫폼에서는 15회차(3개월 이상 소요되는 분량)의 사전 비축분을 요청했다. 이에 A씨는 질병으로 휴재한 상황에서도 3개월간의 사전 비축분 작업을 진행하니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 또한 A씨가 계약한 플랫폼에서는 처음 1년 동안은 휴재가 불가능했다. 1년 뒤에는 한 달을 쉬게 해주지만 그 한 달 동안 비축분 3화를 준비해오라고 요청하며 휴재할 때도 일을 하도록 요구했다.

콘텐츠노조 김희경 지회장은 “웹툰 작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작가들이 더 많은 컷들을 그리게 됐다. 업계 차원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주간 연재를 진행하면서 일주일을 주기로 작업을 한다는 것이 작가에게 굉장히 부담이 된다”며 “10일 연재라는 형태가 생겼지만 격주 연재, 15일 연재같이 더 다양한 연재 주기 형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플랫폼의 ‘갑질’로 고통 받는 작가

요즘에는 작가가 플랫폼과 직접 계약을 맺기보다 에이전시를 거쳐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과 에이전시가 계약을 맺고 작가는 에이전시하고만 계약을 맺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플랫폼과 에이전시가 어떤 계약을 맺는지는 작가가 알 수 없다. 노동자지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가는 작품 연재 전 사전 작업 준비기간에 계약서를 쓰지 않고 플랫폼은 계약 조건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작가가 계약 조건을 명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연재 전에 반복 수정을 요구하거나 피드백과 확답을 주지 않는 관행이 성행하고 있다.

웹툰작가 B씨는 작품을 준비하며 업체의 작업 지시상 불합리하고 과도한 수정 지시를 모두 감내했지만 결국 업체의 중단 요구로 일방적으로 계약이 무산됐다. 이처럼 작가는 플랫폼과의 계약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고 플랫폼과의 계약 관계에서 철저히 ‘을’의 입장에 놓여있다.

 
플랫폼과 에이전시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작가의 수입

작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홍보가 필수적이다. ‘카카오페이지’ 같은 어플을 보면 홍보 배너가 들어가 있는 작품 외에는 어떤 작품이 있는지 잘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플랫폼에서는 홍보 배너를 걸어준다는 명목 하에 수수료를 더 가져가는 경우가 생긴다. 특정 플랫폼의 경우에는 수수료를 50%까지 떼간다고 한다. 게다가 나머지 50%에서 작가와 에이전시가 수익을 나누면서 작가의 몫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에이전시가 가져가는 비율도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작가가 가져가는 수입이 계속해서 줄고 있는 상황이다.

고료같은 경우에도 작업 시간 대비 계산해보면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고 ‘투잡’을 뛰면서 작품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신인 작가는 정보가 없고 기회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적은 대가를 받으며 일하게 된다.

웹툰 작가들의 목을 조르는 ‘MG 시스템’

‘MG(Minimum Guarantee) 시스템’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수익배분 계약을 함에 있어 공급자가 유통사로부터 최소수익을 약정하고 이를 선지급 받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회사가 MG 200만 원을 달마다 지급했다면, 지급한 금액의 전부를 유료수익에서 회수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작가가 원고를 입고하면 그 자체로 계약상의 의무를 다 했기에 적절한 금액을 지급하는 ‘고료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대형 플랫폼의 경우에만 고료 시스템을 채택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플랫폼에서는 MG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MG 시스템의 문제점은 작가가 배분받은 수익이 선지급 받은 금액을 넘지 못하면 작가는 유료 수익을 배분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채우지 못한 MG는 다음 달로 누적되는 경우도 있어 점점 갚아야할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또한 MG를 채우지 못한 경우에는 저수익 작가로 낙인이 찍히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

표준 계약서의 의무화가 필요해

그렇다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웹툰, 웹소설 작가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김 지회장은 “우리의 실태를 반영한 표준 계약서의 마련과 그런 것들을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웹소설은 특히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면 법제화 같은 것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우리 노조가 부당한 처우에 대한 실태를 알리고 국가나 관련 부처들은 연구 사업을 통해서 실태조사나 연구 사업으로 표준 계약서 만드는 일을 합심해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석주 기자 s2qkstjrw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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