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음악’은 격월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교양면 신설 코너입니다. 전공 교수님께서 들려주시는 음악 이야기를 통해 독자 분들께 여유와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합니다. 강지은 교수님께선 우리대학 음악학과 피아노전공 교수님으로 2020년 1학기 코너 연재를 맡아주셨습니다. -편집자주-

 
이제 긴 겨울을 지나 파릇파릇한 봄이 오는 캠퍼스를 출근하다 보면, 미묘하지만 소소하면서도 찬란하게 매일 변화하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 계절과 우주의 신비를 경험하게 된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 에이미 탠(Amy Tan) 의 신작 에세이 ‘Where the Past Begins’ 를 얼마 전 읽었다. 그녀는 수대에 걸친 이민자들의 정착과 애환을 다룬 자전적 베스트셀러, 영화로도 만들어진 ‘더 조이럭 클럽’ (The Joy Luck Club)의 작가이다. 소위 타이거맘이었던 그녀의 어머니 덕에 탠은 조기 교육, 영재 교육에 일찍부터 노출이 됐었다. 상당한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탠은 지금 본인의 소설을 쓰는 원동력의 많은 부분은 어렸을 때 받은 음악 교육과 함께 본인이 경험한 수많은 성공과 실패가 모자이크처럼 짜인 산물에 있음을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작품 집필시 항상 음악을 틀고 작업을 한다 말하며, 상상의 나래를 음악과 문학과 함께 펼친 순간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작품 30’ 의 감상을 통해 독자들과 공유한다.

이 곡은 피아노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기교와 음악성의 한계의 종합 실험책 같은 45분이 넘는 대작 협주곡이다. 광활한 러시아 대륙의 대자연속에서 한 소녀가 꾸는 꿈과 현실의 두 세계를 성취와 고난과 극복의 스토리 텔링으로 풀어내어 라흐마니노프의 음악과 문학을 연결시키는 작가의 능력에 필자는 감탄하며 읽었고, 무척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렇게 두 분야를 멋지게 브리징해서 새로운 분야의 창작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은 작가가 어릴 때부터 받아온 음악교육이 수십 년간 축적되어 그녀의 문학적 상상력에 입혀져 직접, 간접 경험의 산실로 자양분이 된 케이스임을 알 수 있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기계문명이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대체해나가는 패스트 트랙 속에서 앞으로의 교육이나 생활의 방향은 과연 어떤 것이 이상적일까? 기계문명의 편리함이 발달할수록 역설적으로 사회에서 또 기업에서 가장 원하는 능력은 인간 관계에서 공감 능력과 협업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 그리고 창의적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성을 겸비한 인재상이라 한다. 많은 생활을 컴퓨터 문명이 지배하고 그로 인한 많은 편리함이 있어도, 사람 간의 소통과 공감 능력 없이는 더 나은 문명을 만들어 나가는 팀 워크 조차 만들어 나가기가 힘들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일지라도, 이 세상에서 나 홀로 혼자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은 문명의 발달과 관계없이 바뀌지 않는 기본적 진실이기 때문 아닐까? 그를 위해 앞으로의 세대를 위해서는 학문적인 지식은 물론이고, 문화적, 예술적인 소양과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감성적이고도 열린 마음을 함께 갖추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교육의 최선의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근 <기생충>이란 영화로 우리 나라 최초의 4개의 오스카 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세계 모든 대중 문화의 흐름을 리드하고 바꾸고 있는 BTS 그룹 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국민들은 우리의 문화 예술이 그 어느 것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저력이 있음을 전 세계에 자랑스럽게 입증했다.

각자의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도, 시간을 내어 리허설하며 매 학기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는 서울시립대 아마추어 음악 동아리 오케스트라 ‘칸타빌레’의 화음이 조화롭게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음악의 조용하지만 강렬한 힘 때문이다.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종합대학으로 학문간의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는 서울시립대에서 우리 대학 구성원 모두가 예술과 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소소한 일상에서도 마음의 감동을 간직하며 행복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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