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우리 일상을 장악했다. 코로나19는 전 대륙으로 확산됐고 어느 새 우리 사회를 흔들어놓았다. 그 여파로 전 세계에 걸쳐서 혐오 표현과 관련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에 퍼진 ‘혐오 바이러스’를 되돌아봤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을 향한 혐오 늘어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생겨난 불안감은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을 향한 혐오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언론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한 1월 2일 이후 중국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내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이후 중국인을 둘러싼 혐오 분위기는 정점을 찍었다. 중국인 출입금지를 내건 가게가 하나둘씩 나타나더니 중국인의 한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빅데이터 분석서비스 ‘썸트렌드’를 통해 코로나19를 전후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와 언론에 언급된 중국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보도되던 1월 2일 이전에 SNS와 뉴스에서 중국은 주로 긍정적인 이미지로 언급됐다. 중국과 관련한 감성 연관어는 ‘고맙다’, ‘행복하다’, ‘도움’ 등이 주를 이뤘고 긍정적인 연관어 비율은 76%였다. 반면에 1월 2일 이후로 언급된 중국의 감성 연관어는 부정적인 비율이 65%로 ‘감염되다’, ‘심각하다’, ‘혐오’ 등의 표현이 줄을 지었다. 우리나라에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로 중국의 이미지는 더욱 부정적으로 변했다. 1월 2일 이전 SNS와 언론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은 15%였다. 그러나 1월 2일부터 19일까지는 26%, 20일 이후부터는 부정적인 언급이 52%에 달했다.

코로나19와 함께 확산된 혐오 바이러스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중국을 향했던 혐오는 우리나라 내 지역혐오로까지 이어졌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대구·경북 지역에 방문해 자원봉사 활동했다는 이유로 채용 탈락 통보를 받은 사례가 보도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신천지 신도였던 31번째 확진자 이후 신천지대구교회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신천지와 신도들에 대한 혐오와 비난도 이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혐오 표현에 대해 도시사회학과 박효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차별적인 혐오 표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사람들 내에 내재된 혐오 대상에 대한 차별적인 요소가 코로나19라는 계기를 만나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신천지를 옹호하거나 코로나19 확산에 중국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과도한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우한 폐렴’, ‘대구발 코로나’ 등 특정 지명 표현이 혐오감 조성에 기여해

코로나19 이후 언론이나 SNS에서는 ‘우한 폐렴’이나 ‘대구발 코로나’ 등 특정 지명이 강조된 표현이 사용되기도 했다. 이에 특정 지역을 향한 혐오를 우려한 정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라는 용어 사용을 권장했다.

그러나 WHO가 ‘COVID-19’라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정식명칭을 발표한 이후에도 일부 언론에서는 의도적으로 우한 폐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우한 폐렴’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는 누리꾼의 반응도 있었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고유명사처럼 ‘대구발 코로나19’, ‘대구 코로나19’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에 따라 대구 시민이나 방문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적인 시선도 늘어났다.

이에 박 교수는 “특정 지명 표현은 지역에 대한 낙인을 찍는 것”이라며 “특정 지명 사용이 혐오감을 조성하는데 기여한 바 있다”고 이것이 비단 이번 일만은 아님을 이야기했다. 많은 사람이 태안 기름 유출사건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 유출 사고의 경우를 언급하며 “피해지역이나 피해자에 대한 낙인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혐오가 아닌 연대 필요해

코로나19 초기 중국을 향했던 혐오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내 특정 지역과 집단으로 이어졌다. 또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자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에서는 혐오의 화살이 동양인을 향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 널리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혐오 바이러스 또한 무자비하게 여러 방향을 향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자신에게 다가올 때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을 혐오로 표출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상대를 향한 혐오가 아닌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연대일 것이다.


신유정 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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