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행정고시를 준비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확신 있어야”

 
새롭게 선보이는 인터뷰 코너 ‘시대, 사람’에서는 지난해 제64회 5급 공채 행정고시에 최종합격한 허관(행정 12) 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주-

어떻게 5급 행정고시를 준비하게 됐나
고등학생 때부터 행정고시를 치르고 싶어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아무래도 7급이나 9급에 입직하면 실무적인 일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정책에 내 목소리를 담고 싶어 상대적으로 정책에 의견을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5급을 선택하게 됐다.

수험기간 동안 힘든 점은 무엇이었고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3년 반에서 4년 정도의 수험기간을 보냈다. 평균적으로 긴 수험기간은 아니었지만 수험기간이 장기화되고 ‘합격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들면서 생기는 자신과의 싸움이 힘들었다. 극복하는 방법은 타고난 성격인 것 같긴 한데 ‘그냥 되겠지’라며 단순하게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했다. 생활패턴을 단순하게 하는 것도 수험기간 중에 생기는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수험생은 공부하는 사람이다 보니 공부를 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행정고시를 준비해야만 하는 확신이 있었다는 점도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크게 작동했다.

▲ 허관(행정 12) 씨가 자신의 포부를 밝히며 미소짓고 있다.

5급 행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던 공부방법이 있다면
적성 검사인 1차 시험 ‘피셋(PSAT)’은 공부량을 늘린다고 해서 단기간에 점수가 오를 수 있는 시험은 아니다. ‘피셋형 인간’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선천적인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하거나 문제 푸는 것을 즐겼던 사람이 쌓아 온 내공을 단기간에 공부한다고 해서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피셋형 인간이 아니기에 효율적으로 공부하려면 자신에게 필요한 강의를 골라 듣고 지금까지 나온 기출 문제를 모두 풀어봐야 한다. 수험기간이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1차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1차 시험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는 수험생이 있다면 시험 준비를 계속할지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2차 시험은 각 과목 간 연계가 적어 공부할 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2차 시험을 준비할 때 가장 당부하고 싶은 점은 평소 답안 작성 연습을 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적으로 내용을 알고 있는 것과 답안을 쓰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 도전하시는 분은 답안 작성이 막막해 개념을 익힌 후에 답안을 작성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다른 답안을 필사하면서 답안 작성요령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강제적으로 답안 작성을 연습하고자 스터디를 활용했다.
3차 시험은 면접으로 이뤄진다. 강조해서 말하자면 면접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수험생에게 3차 면접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2차 시험에서 합격하신 분들이라면 2차 합격자 발표 후 면접까지 주어진 3주 동안에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면접 점수는 우수, 보통, 미흡으로 나뉘어있는데 대게 보통을 주시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면접에서는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조직에 동화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라는 인상만 주지 않으면 된다. 교내 ‘EDGE 프로그램’과 면접 스터디을 통해서도 충분히 면접을 준비할 수 있으니 면접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

우리대학 고시반에도 있었다고 들었다. 수험기간에 고시반이 도움됐나
아무래도 고시반에서는 365일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지정 좌석을 주기 때문에 이 점이 좋았다. 도서관은 사석화 문제로 책을 들고 다녀야 하는데 고시 공부를 할 때는 책이 많기에 들고 다니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분기별 지원금, 모의고사가 제공되고 2차 강의평가 및 3차 면접 특강 등이 이뤄진다. 스터디를 통해 학우들과 함께 시험을 준비할 수도 있다.
수험기간 동안 교내 고시반과 신림동 고시촌 두 군데 모두에서 공부해봤는데 어느 한 곳이 절대적으로 좋다기보다는 개인의 성향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고시촌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수험생도 많을 텐데 합격을 위해 반드시 갈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타학교에는 둘 다 병행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고, 우리대학 학우 중에서 고시촌에 가지 않고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도 많았다.
고시촌에서는 실제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자료나 정보, 특강이 많다. 그렇지만 주위환경이 조용하고 삭막하기에 그런 분위기를 선호하거나 스트레스에 강한 분은 잘 맞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고시반을 추천한다. 학교에는 수험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일상도 볼 수 있고, 학우들과 공부하는 거라 상대적으로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 요즘에는 인터넷 강의나 커뮤니티가 잘 돼있고 자료도 택배로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고시반에서 공부하면 정보가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행정고시에 도전해볼지 고민하시는 분에게는 이왕 고민하는 김에 조금 더 고민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는 부차적인 문제고 왜 많은 진로 중에 행정고시를 선택해야 하는가를 깊게 생각해보면 좋겠다. 행정고시만을 통해 갈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다. 행정부의 공무원이 돼 정책을 보조하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조금 더 정책에 담을 수 있다는 점 등에 매력을 느껴 자신의 인생을 걸어보고 싶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후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결정한 후에는 합격 가능성에 대해 상담해주실 분이 많으니까, 그 이전에 왜 행정고시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얻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확신을 가진 후에 시험을 준비한다면 준비하는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현직에서 일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나도 현직에 가보진 않았지만 흔히 말하는 공무원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없다고 들었다. 일의 양이 많고 강도도 세기에 운이 좋아 시험에 통과하더라도 현직에서 버티려면 행정고시를 택한 확실한 동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수험생활이 장기화되고 있는 분에게는 본인이 왜 안 되는지를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떨어지는 것에 대한 이유를 분석해보면 귀결되는 점은 하기 싫은 것을 안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기 싫은 거 한 번이라도 하고 자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공부를 위해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직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이라 한가하기에 1, 2차 시험이나 면접 등 궁금한 사항은 메일(rhks9540@naver.com)로 질문해주시면 답변해 드리겠다.

앞으로 어떤 공직자가 되고 싶은가
포부를 밝힌다는 것이 쑥스럽지만 국가정책에서 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행정고시를 준비하게 됐다. 만약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했다면 그냥 돈을 잘 버는 직업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기에 초심을 지키며 조직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책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 공직자가 돼 최대한 많은 사람이 다 같이 잘 사는데 기여하는 보람 있는 삶을 산다면 시험을 준비한 게 안 아깝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글·사진_ 신유정 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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