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필수가 된 마스크 착용부터 엘리베이터 등에 부착된 항균 필름, 건물 입구마다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후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이런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가 유독 크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입 모양을 확인해 의사소통하는 청각장애인은 모두가 마스크를 쓴 세상에서 상당한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 모양을 확인할 수 있는 수어용 투명마스크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보편화되지는 않았다. 접촉으로 인한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부착된 항균 필름은 시각장애인의 눈이 돼주던 점자를 막아 버렸다. 일반 성인의 눈높이에 맞게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는 아동이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너무나도 높았다. 이처럼 성인, 비장애인 등의 대다수를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인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에 관해 알아봤다.

모든 이들을 사회적 장벽으로부터 자유롭게

배리어 프리란 장벽을 뜻하는 ‘배리어’와 자유를 뜻하는 ‘프리’의 합성어로 사회적 약자가 생활하기에 불편함을 주는 장벽을 제거하자는 의미다. 이 용어는 1974년 UN 장애인 생활환경 전문가 회의에서 제출된 「장벽 없는 건축설계(barrier free design)」에서 비롯됐다. 그렇다 보니 초기 배리어 프리는 주로 물리적인 장벽을 허무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나 경사형 도로, 점자블록, 저상버스 등이 물리적인 장벽을 허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물리적인 배리어 프리뿐만 아니라 제도나 문화적 장벽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특정 자격 취득이나 시험을 제한했던 제도를 개선하거나 장애인에 대한 보도지침을 수립하고 장애인을 위한 연극이나 영화 등의 공연을 개발하고 의무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배리어 프리와 혼용되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개념도 있다. 두 개념은 공통된 부분이 많으나 유니버설 디자인이 좀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하고 있다. 배리어 프리가 주로 장애인이나 노인 등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성별, 연령, 국경, 장애의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애가 있는 사람이 건물에 출입하기 쉽도록 단차를 제거해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은 배리어 프리의 단계다. 더 나아가 어린이나 노인, 임산부 등 모두가 안전하고 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없애고 평평한 진입로를 마련하는 것은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 배리어 프리 디자인을 구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통행로
▲ 배리어 프리 디자인을 구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통행로

모두가 살기 편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배리어 프리, 유니버설 디자인의 필요성을 인지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거나 공공시설 건축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연령, 성별, 장애 여부, 국적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환경을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에서도 ‘서울시 유니버설 디자인 종합계획’을 수립해 2021년부터 모든 공공건축물에 해당 내용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배리어 프리,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건축물은 어떤 점이 다를까. 지난 2012년 준공 당시 건물 자체가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호평을 받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의 사례를 살펴봤다. DDP는 지하철과 연결되는 길과 내부 통로를 경사로로 만들어 휠체어나 유모차의 이동을 용이하게 했다. 계단이 있는 곳이라도 다른 건물에 비해 단차가 크지 않았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 블록이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에서 건물의 출입구까지 이어져 있고 건물마다 촉지도가 마련돼있었다. 외부 통행로에는 안전 손잡이, 난간의 역할을 하는 휜스 레일을 이어지게 설치했다. 건물의 출입구에는 문턱이 없고 자동문으로 돼있어 휠체어, 유모차를 이용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이용자가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었다. 또한 DDP에서는 휠체어나 유모차 대여 등 다양한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건축물 내의 작은 부분까지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한 것이다.

모든 이들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초기에 물리적 장벽을 부수는데 집중했던 배리어 프리 운동은 점차 반경을 제도, 문화로 넓혀나갔다. 우리나라에서도 배리어 프리 영화나 공연 등을 마련하며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시청각 장애인의 경우 화면해설이나 자막이 없는 일반 영화를 보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장애인 영화관람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화를 한 해에 1회 이상 관람한 장애인 비율은 약 24%로 전 국민의 영화관람 비율이 61.6%인 것과 사뭇 대조되는 수치다. 이에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송승민 사무국장은 “누구나 보고 싶은 영화를 원할 때, 원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이것이 타인에 의해, 환경에 의해 금지되는 것은 반인권적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기존에 존재했던 문화에 대한 장벽을 없애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배리어 프리 영화다. 배리어 프리 영화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화자, 대사, 음악 등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한글자막을 넣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영화 장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해설을 제공한다. 최근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에서도 제공하는 자막, 화면해설도 배리어 프리다. 송 사무국장은 “배리어 프리 영화 제공에 대한 의무화 법률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이 법률이 통과된다면 보다 많은 배리어 프리 영화가 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에서 <반짝반짝 두근두근>, <블링블링>이라는 단편 영화를 볼 수 있다”며 “함께 살아가는 것에 관해 얼마나 고민하고 만들었는지 살펴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 사무국장이 언급한 두 영화는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가 장애 인식개선을 위해 제작한 단편영화로 배리어 프리 버전과 일반 버전을 함께 시청해본다면 지금까지의 영화가 시청각 장애인을 얼마나 배제해왔는지 체감할 수 있다.

송 사무국장은 “시청각 장애인 이외에도 영화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있다”며 “치매로 인해 극장에 갈 수 없는 치매 어르신들을 위해 65세 이상 치매 고위험군 어르신과 동반인을 대상으로 ‘영화와 추억이 함께 하는 기억극장’, ‘치매 친화 영화상영’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장애를 가진 이들이나 어린이, 노인,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등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배리어 프리의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인식의 장벽을 무너뜨려야 할 때

배리어 프리의 사전적인 의미는 모든 시민이 자연스럽게 사회에 참가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배리어 프리는 주로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물리적인 장애물 해소에 초점을 두고 이뤄졌다.

이에 배리어 프리나 유니버설 디자인에 관해 떠올릴 때 약자를 위해 불편이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배리어 프리나 유니버설 디자인은 특정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장애인을 위해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지만 모두가 이용하며 편리함을 느끼듯 그 시작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었더라도 모두에게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 모두의 장벽을 허물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배리어 프리를 누릴 수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배리어 프리가 이뤄지는 범위의 확장도 필요하다. 물리적인 배리어 프리에서 문화적, 제도적 배리어 프리로 나아갔듯이 이제 인식의 장벽을 무너뜨려야 할 때다. 지난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장애인의 사회활동 및 문화·여가활동 실태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정신 장애인이 바깥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 중 35.9%가 주위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라고 한다. 당연한 일상이 어떤 이에게는 당연하지 않음을, 모든 사람이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함을 의식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글사진_ 신유정 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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