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공학부 최진희 교수

우리대학에는 화학물질이 환경과 사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환경공학부의 최진희 교수다. 최 교수는 3년 연속 ‘세계 상위 1% 과학자’에 선정됐으며 2016년도에는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시대, 사람’ 코너에서는 새로운 독성평가 시스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최 교수를 만나 이야기 나눠봤다. -편집자주-

어떤 연구를 해왔으며 어떤 것들을 가르치는지 궁금하다

환경공학부에서 ‘환경독성학’과 ‘위해성평가’를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환경독성학은 크게 보면 화학물질의 인체와 생태계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위해성평가라는 방법론을 통해 사전예방적 환경관리 정책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분야다. 수업에서는 이론 강의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제 발굴형, 문제 해결형 조별과제를 운영하고 있고 한 주차에는 전문가를 초청하는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연구실에서는 화학물질의 후생유전 독성 메커니즘 규명 연구와 독성발현경로 개발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과 플라스틱 첨가제 화학물질의 유해성 규명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우리대학이 환경부 핵심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된 것은 어떤 의의가 있나

환경부의 다양한 핵심기술개발사업 중 환경보건 분야의 사업으로 환경성질환 예방관리 핵심기술개발사업이다. 다양한 환경유해인자로 인한 환경성질환이 증가함에 따라 유해인자와 질환 간 상관성을 규명하고 예측평가 기술을 확보해 환경성질환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국민들의 건강 위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해 우리대학에 ‘도시빅데이터 AI 연구소’와 ‘화학물질데이터과학연구센터’가 설립됐고 인공지능학과와 도시빅데이터융합학과가 신설됐다. 화학물질 독성데이터 부재라는 난제를 데이터과학의 방법론으로 접근해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해에는 교육부의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사업에 빅데이터와 AI 분야가 선정됐다. 이처럼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 중심으로 학교가 발전하는 시점에 환경부의 핵심기술개발사업이 선정된 것은 우리대학의 데이터과학 인공지능 분야의 역량을 화학물질 해결에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연구사업에는 국제공동연구를 포함한 11개의 연구팀이 참여하는데 우리대학에서는 우리 연구진과 함께 통계학과 전종준 교수 연구진,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이영민 교수 연구진이 참여한다. 이는 우리대학 내에서 융합연구가 가능한 플랫폼이 만들어진 것이기에 특별한 의의를 가진다. 이 플랫폼을 통해 교내 데이터과학분야의 폭넓은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신설된 융합응용학과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보다 심도 있는 화학물질 연구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대학은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환경보건센터로 지정받아 환경독성보건분야 인력양성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환경부의 핵심기술개발사업을 통해 환경독성보건분야의 첨단연구결과를 교육과 연계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 최진희 교수가 이끄는 환경시스템독성학 연구실 구성원 (왼쪽 두번째 최진희 교수)
▲ 최진희 교수가 이끄는 환경시스템독성학 연구실 구성원 (왼쪽 두번째 최진희 교수)

‘분자독성 네트워크 기반 환경성질환 예측모델 개발’은 어떤 과제인가

다양한 화학물질 데이터베이스의 독성 정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 환경성질환을 예측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과제다. 자세히 말하자면 화학물질 빅데이터를 분석해 환경유해인자-환경성질환 사이의 인과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기계학습 예측모델을 개발하고 최종적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환경성질환예측 플랫폼을 개발한다. 그 과정에서 광범위한 화학물질 분야 지식기반 데이터베이스와 실험연구를 통해 화학물질과 환경성질환의 상관관계를 검증한다.

위 모델은 어떻게 활용되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 중 독성 정보를 알고 있는 화학물질은 빙산의 일각이다. 또한 첨단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각 분야에서 신소재 첨단 물질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으나 새로 개발된 수많은 첨단 화학물질 역시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 채 사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화학물질 노출과 연관성이 의심되는 질환 발생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화학물질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평가하는 것보다는 우선순위에 따라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성데이터가 없는 물질을 빠르게 훑어(스크리닝) 독성이 높을 것 같은 물질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이 과제를 통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환경성질환 예측모델이 개발된다면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우선순위 설정과 질환연관성 화학물질 식별을 위한 스크리닝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인공지능 독성예측모델을 통해 화학물질에 의한 질환 발생 가능성을 스크리닝해 독성유발 가능성이 있는 환경오염과 유해화학물질의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유해물질에 의한 질환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제시해줘 환경성질환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의 규제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과제에서 개발하고자 하는 플랫폼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쉽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 플랫폼이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정부, 산업체, 연구소 등에서 전반적으로 활용하는 공공서비스로 제공할 수도 있다.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전통적인 독성평가 방법인 동물실험은 비용과 시간의 소모가 크고 많은 실험동물이 희생된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속대량 스크리닝 시험법, 빅데이터, 인공지능 독성예측모델 등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하는 독성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지능형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싶나

화학물질 문제 해결을 위해 학제간 융합연구를 보다 넓게 해보고 싶다. 또한 학생들과 융합연구의 시드가 되는 작은 프로젝트들을 시도해보고 싶다. 우리 학부에서는 졸업을 위해 졸업논문을 써야 해서 방학 때마다 연구실에 졸업논문조 학부생들이 온다. 과거에는 실험연구 주제를 줬는데 독성실험은 방학 동안 하기에는 어려워 실험을 배우다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졸업논문조 학부생들에게 데이터와 연계된 화학물질 분야 주제를 주고 있는데 잘 따라오고 흥미로워한다. 학생들과 이런 작은 시도들을 이어서 발전시켜보고 싶다.

지난 연말에 개최한 화학물질데이터과학연구센터 개소기념 심포지엄에는 ‘파이오니아 학생들’ 세션이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컴퓨터과학과와 수학과 학부생들이 연구실에 와서 화학물질 분야를 연구하고 논문도 같이 쓴 일이 있었다. 세션을 마련해 발표 기회를 줬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발표도 잘했다. 융합연구는 꼭 거창한 큰 프로젝트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이런 작고 소박한 시도들을 밑거름으로 커간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사고가 유연해서 타 전공에 대한 열린 생각을 가지고 배우려는 자세만 있다면 화학물질 분야 융합연구를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환경부의 핵심 연구개발 과제와 지난해에 설립된 ‘화학물질데이터과학연구센터’가 학생들의 이런 작은 시도들을 지원하는 문제 중심 융합연구의 밑거름이 되고 싶다.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양한 상담을 통해 매 학기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상담에서 만난 학생들은 “교수님, … 되기 위해서는 이번 학기에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요?”와 같은 실용적인 질문을 자주 한다. 그때마다 학생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에 대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심층 분석을 해보라는 동문서답을 한다. 한가한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학 생활 동안 꼭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자기탐구’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무엇을 하며 살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어떻게 살지는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나답게 살 수 있는 나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시대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기탐구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우리대학 학생들이 자기탐구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면 좋겠다.


이은정 기자 bbongbbon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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