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은 국내 과학자들에 의한 세계 최초 인간배아줄기세포의 개발, 암 억제 단백질 발견 등의 생명과학 (BT) 분야의 연구성과가 국제 정상의 학술지에 게재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과연 BT가 국민 소득 2만 달러 시대로의 진입을 위한 새로운 기술인가?’ 2001년 개발된 스위스의 신약, 글리벡은 기초연구결과를 이용하여 단시간 (3년)에 개발된 백혈병 치료제이다. 가격협상의 진통 끝에 결국 1알에 약 2만 여 원에 국내시판이 결정된 것으로 안다. 약의 탁월한 효능으로 복용의 중단은 죽음에 이르기 때문에 그 수요는 절대적이다.

개발회사인 노바티스사는 04년도 매출액 282억 달러, 순이익 58억 달러를 달성하였고, 글리벡은 3.6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관련 기초연구의 특허, 그 로열티, 주식 등을 계산하면 개발 과정의 단계별로 파급되는 경제적 파장은 크다. 최근 아주대 곽병주 교수가 개발한 ‘Neu2000’이라는 뇌졸증 치료 후보 약물은 임상 2상 검사를 진행 중에 미국 머크사와 1조원 가까운 기술 이전료를 받는다는 계약을 진행 중이다.

BT와 IT는 유사한 점도 있으나 다른 점도 많다. 지식집약, 고부가가치, 넓은 시장성이라는 면에서 의약품은 IT 제품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둘은 발명 (design)과 발견 (discovery)의 차이보다 더 다르다. 생명과학에서 예측 가능한 법칙은 유전 법칙이 유일할 것 같다.

유전법칙은 유전공학, 생명 복제 등의 디자인을 가능케 했다. 그 외의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 법칙을 찾아내기에는, 생명은 너무나 많은 변수와 복잡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제한된 시스템내의 개별적 생체 분자의 기능과 상호작용에 대한 수많은 발견들은 쌓여가고 있다.

이러한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자신이 생명이란 점에서 ‘약’의 수요는 태초부터 있었고 이 수요는 많은 시행착오를 치르며, 원하는 효능의 약을 산과 들을 뒤져서 ‘발견’하는데 급급하게 했다. 현대 생명과학은 특정 질병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설명함으로써 질병을 야기하는 주요한 생체분자, 즉 타겟 분자를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타겟 분자의 판별은 약물탐색에 방향성을 제시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게 한다. 발견이라는 전략에 있어 화합물-다양성을 극대화 하고, 극미량의 양을 사용하여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검색법이 갖추어져 있다면, 결국 특정질병을 야기하는 결정적 타겟 분자 곧, 약물 탐색의 대상이 무엇인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IT가 BT와 다른 점은 발명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 외에도, 안전성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발견된 약물 후보 물질은 생체안전성을 합법적 절차에 따라 검증되어야 한다. 이 과정은 최소 3-4년이 소요되고 많은 후보 약물이 이 과정에서 탈락된다.

따라서 제약업계의 위험부담률은 크다. 또한 신약개발은 생명과학, 화학, 임상을 포함한 매우 다양한 기술 인프라가 구축될 때만이 가능하다. 위험을 부담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은 국제규모의 제약회사를 키우는 일을 어렵게 한다. 국내 제약업계 발전에 있어 또 다른 어려움 은 굳이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약물에 대한 수요일 것이다.

BT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연구의 결과를 신약개발로 연결할 수 있는 제약업계의 인프라, 즉 검색시스템과 화합물-다양성의 확보 등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구축되어야 한이다. 우리나라의 전자, 컴퓨터 공학의 연구가 산업화 됨에 있어 이를 수용하고 개발한 삼성과 같은 기업이 있었기 때문에 부가가치 창출이 극대화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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