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보니 경영학이란 무엇을 가르치는 학문인가 하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경영학은 재무, 회계, 마케팅, 생산관리, 인사관리 등 기업경영에 필수적인 7~8개 정도의 분야로 구성되는데 각 분야마다 다루게 되는 내용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언뜻 보면 구심점 없이 이것저것 배우는 잡학으로 오인되기 쉽다. 특히 부전공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점 때문에 경영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해 보이기만 하는 경영학의 각 분야에서 일관되게 추구되는 것이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바로 합리성이다. 합리성은 사실과 자료에 근거한 과학적 분석, 논리적 사고, 그리고 객관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경영학의 세부분야에서 다루는 기법과 이론들은 우리가 이러한 객관적인 분석과 판단에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접근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 보다 더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한결같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인간의 합리성 자체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사이먼은 이를 제한된 합리성이라 정의하였는데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주변의 정보 등을 체계화시킴으로써 불완전한 요소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하였다. 즉 합리성의 수준을 개선하는 노력은 두 가지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첫째 방향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주어진 상황과 자료를 객관적으로 분석ㆍ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둘째는 분석ㆍ종합, 그리고 판단을 수행하는 과정을 체계화 (시스템화) 함으로써 일관성을 유지하고 나아가 집단적인 합리성 (Collective Rationality: 개인의 합리성보다 상위수준의 합리성일 것으로 추정됨)의 도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학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지원할 수 있는 도구와 방법을 제시하고 그 과정을 훈련시킴으로써 합리성 추구에 기여하게 된다. 최근 들어 경영마인드라는 용어가 수익창출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왜냐하면 경영마인드란 이윤창출 그 자체보다는 경영의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합리적 경영이 구현되면 기업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어 자연스레 수익을 산출할 수 있게 된다고 보아야 맞는 해석이 된다. 역사적으로 부유했던 사회의 공통된 특징 중의 하나가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리성이라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사회적 합리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측면의 해석과 정의가 필요하겠지만 결과는 한 가지 이다. 사회구성원의 개별적, 집단적 합리성이 시스템 속에서 구현되어 사회전체가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부유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합리성은 경영학 이외의 학문에서도 관심 있는 논제일 것이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상식, 지혜, 세상사는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누구나 쉽게 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상사는 이치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어렵듯이 합리적인 경영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먼의 말처럼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일정 수준의 합리성을 배양하고 시스템화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이러한 것들이 경영학 학습에서 지향하고 바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면 경영학 공부가 한층 흥미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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