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반도 하늘을 지키는 차세대 전투기가 사실상 보잉사의 F-15K로 결정됐다. 프랑스의 라팔과 함께 최종 2단계 평가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판매국가와의 군사동맹관계 등 ‘정책적 고려’가 적용되기 때문에 F-15K가 선택될 것이라는 중론이다.
사실 차기 전투기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보잉의 F-15K의 선정은 예정된 결과였다. 처음부터 F-15K를 기준으로 평가항목을 작성했다는 국방부 관계자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평가기준에는 전자식 레이더 능력, 스텔스 기술, 음성인식 시스템 등 첨단전투기가 갖추어야 할 항목에 대해 높은 가산점을 주는 장치가 없었다. 물론 F-15K가 이러한 성능을 못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수준의 요구성능을 기초로 각 기종 모두 합격시키고 최신 개념과 하이테크 분야는 선택 옵션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미국제 전투기 편들기가 노골적이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1단계 평가결과 다소사의 라팔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정부는 군운용 적합성에서 F-15K가 가장 뛰어났기 때문에 1단계를 통과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거센 반대를 의식한 듯 F-15K의 장점을 중점적으로 부각하여 설명하고 있다. 정말 한심한 형국이다.

한·미 동맹이라는 특수한 관계가 작용했다고는 하지만 여론과는 너무 동떨어지고 비합리적인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분노 하고 있다.
이런 우리들보다 이번 결과에 대해 더 땅을 치는 사람이 있다. 차기전투기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외압설이 있었다고 양심발언 한 후 기무사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조대령. 그는 보수적인 군 집단에서 상부의 명령을 거스르는 소신발언을 했고 전투기 사업진행과정에서의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했다. 그가 사회적 생명까지 감수하고서까지 과감히 용단을 내렸던 것은 그 만큼 사회적 정의와 대의를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충분히 박수 보낼만한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정의로운 행동은 이번 F-15K 선정으로 빛을 잃게 됐다. 그는 아마 정의가 아직 자리잡지 못한 현실에 대해 한탄해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그의 행동에 보답할 차례가 아닌가 한다. 그가 했던 행동만큼은 아니어도 작은 힘이나마 옳지 못한 일을 저지하는데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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