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경선 후보 사퇴가 보여주는 우리 정치 현실의 자화상은 정말 우울하다. 정치자금에 대한 그의 고백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던가.

경선을 위한 고도의 정치전략 아니냐는 음모론적 분석부터. 물론 그에게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치가 전략을 배제할 수 없음은 더 잘 알 것이다. 우리가 정작 물어야 할 것은 그것이 올바른 정치행위인가이다. 그는 분명 정치개혁을 위한 실천의 첫걸음을 어렵사리 떼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를 이용해 정쟁만 일삼았고, 민주당내에서도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고 당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오히려 그를 힐난했다. 곧은 결단을 지지하리라 믿었던 국민마저 외면하자, 그는 매서운 역풍에 부딪힌다. 결국 두 차례의 예비선거에서 그는 겨우 26표(1.5%)를 얻는 데 그쳤고, “아름다운 꼴찌로 기억해달라”는 말을 남긴 채 지난 12일 후보를 사퇴했다.

한 정치인의 고백을 왜곡하고 오도하는 데 거침없는 정치판의 현실을 보았다. 물론 일부 보수언론들도 한 몫 했다. 정쟁을 부추기고 왜곡 보도를 일삼는 그들의 행태는 대체 언제 역풍을 맞을 것인가. 13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김상택 화백의 만평은 허탈할 정도다. 김근태가 사퇴한 진짜 까닭은 명문 경기고 출신임에도 상고 출신인 노무현에게 진 것이 학교 망신이라며 동문들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정치는 여전히 썩어있고 정직한 시도는 ‘찍어내려’진다. 깨끗한 정치를 바란다지만 국민들에게도 여전히 ‘국민사기극’의 혐의를 거둘 수 없다. “고문당한 것 보다 더 가슴이 아픕니다”라던 김근태의 좌절을 보며 나의 오랜 정치 혐오가 정당화되는 기분도 들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혐오에 치를 떨며 세상사에 방관자가 되는 것은 거부하겠다.

그런 정치혐오를 공공연하게 조작하고 유포시키는 것이 진짜 혐오의 대상이어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정치혐오, 그것은 누군가의 정치이다. 혐오해서 방관할 때 우리는 누군가의 정치 함정에 걸려든다. 우리의 정치혐오 뒤에서 누군가는 정치를 만끽한다”라고 손석춘은 말한바 있다. 정치 현실에 대한 혐오는 오히려 표출되어야 마땅하다. 정말 필요한 것은 냉소가 아닌 감시와 비판일 것이다. 그리고 정당한 평가이다.

‘아름다운 꼴찌’, 김근태를 지지한다. 지금 내가 그에게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지지는 지치지 않는 관심과 참여에 대한 다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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