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자원들 가운데 가장 가치있는 것은 무엇일까?

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공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물도 공기도 아닌 우리 자신에 대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언뜻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부터 금전출납부를 꾸준히 기입하여 50년 후에 그 가치를 따진다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대학의 교수 중 한 분은 그 가치를 몇 십 억원대로 추정하였다.

설마 한 개인의 금전출납부가 몇 십 억원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현재 대학생들의 소비형태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난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에 대한 기록이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은 물론 정부도 기록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1999년 12월에 소수 선구자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나 아직 이 법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공공 기관의 기록물에 대한 중요성을 일반 시민보다 한 걸음 먼저 인식한 참여연대의 회원들이 정부회의록 작성 및 공개 운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나 관계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아직은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경제장관 간담회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이한동 국무총리와 당시 재경부장관과 경제수석인 진념씨와 이기호씨 등 세 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시울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정부회의록은 국정 운영의 투명성 보장과 귀중한 역사자료의 보존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행정관리의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회의록 작성이 생활화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에서는 여전히 기록물 관리에 대한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회의록을 작성하지도 않을뿐더러 많은 중요 기록물들을 그냥 폐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의록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해서 생산되고 있는 기록물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방치해두었던 내 컴퓨터 하드의 기록들과 방안에서 굴러다니는 사진들을 한데 모아 정리해보자. 나의 과거는 물론이며 우리의 과거가 살아날 것이다. 과거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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