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나라의 관심은 온통 이회창 후보의 아들 이정연씨의 병역비리 문제로 모아져 있다. 월드컵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이후보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만약 비리가 있었다면 정계를 영원히 떠나마 호기롭게 외쳤다.

그러나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한 듯하다. 미스테리의 병적기록부와 김대업 테이프를 비롯해 속속 불리한 진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다수의 여론도 분노와 함께 실망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그 분노와 실망을 배가시키고 있다.

의원 10명이 대검을 방문해 병역비리 의혹 수사를 대검 중수부에 배당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의원 4명이 서울지검을 찾아 수사 관련기록 제출과 현장검증을 요구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또한 법무장관 해임안을 제출했었으나 자동폐기 되었다.

게다가 지난 27일 문화방송에 보낸 ‘불공정보도 시정촉구’공문에 대해서는 어이없는 웃음만 나올 뿐이다. 한나라당은 “정연씨의 이름 앞에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반복해서 사용해 이후보 흠집내기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라며 그러한 표현을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신보도지침’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터넷에선 “이정연에게 호부호형을 허하라”, “이회창뎐-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말라” 등 풍자적 글들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진실 규명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은 무시한 채 검찰 수사에 압박을 가하면서 이후보의 비호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마치 요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회창 후보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일꾼처럼 비쳐진다. 하지만 그들은 국민들이 직접 뽑아준 국회의원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당의 대표일지라도 의혹이 있으면 진실을 규명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그들의 본분이다.

게다가 본인이 한 점 부끄러움 없다고 얘기한 바 있는데 뭐가 문제인가.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나 장상 총리서리의 인준부결 때처럼 앞장서서 검찰의 냉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현재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정치 혐오를 확인시켜 주고 있을 뿐이다.

정말 병역비리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들의 말대로 정치공작인지는 수사를 통해서야 비로소 드러날 것이다.

특검제를 실시하자. 진짜 진실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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