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성장동력연구사업’을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성장동력사업은 말 그대로 과학 기술개발-제품상용화-수출의 과정을 통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탑다운(top-down) 형식의 과제로, 정부가 지능형 로봇, 바이오신약/장기등의 차세대 10대 기술을 먼저 선정하고, 각 분야는 2-5개의 세부과제사업으로 구성하였다. 과학기술부 뿐 아니라,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등의 예산이 투자되어 3차년도인 2006년에는 7,856억원의 예산이 투자된다고 한다.

현재의 경제침체를 감안할 때,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돈이 될 만한 기술을 선점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러한 탑다운 방식의 성장동력사업은 흩어져 있는 산·학·연의 연구자들이 동일한 주제를 연구, 개발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유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기초 연구 지원에 대한 예산이 적정한가이다. 7,000 억원의 재원 확보는 다른 연구과제의 예산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2005년도에 들어난 현상은 오히려 연구비 받기가 너무나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개별 혹은 소단위 연구자에게 지원하는 사업의 경쟁률이 15 대 1 전후로 급상승한 것이다. 예년 같으면 7 대 1전후의 과제들이었다. 더욱이 개별 연구자들이 지원할 수 있는 종류의 과제들도 많은 부분 없어졌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성장동력과 같은 대단위과제에만 연구비를 지원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하여 우리가 포기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선정한 연구주제(bottom-up)에 대한 지원,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이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기술에서는 창의적인 발견이나,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기 매우 어렵다. 열매 따기에만 골몰해서 내년 농사를 위한 어린나무를 방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둘째, 선택과 집중이 되는 만큼 각 사업단은 국가를 대표하는 최강팀으로 구성되어만 한다. 프론티어사업은 대단위 사업이지만 사업단장 및 주관기관만을 우선 선정하고, 개별적 구성원은 지원을 받아 공개적 기준에 의해 사업단장이 선정하여 최강의 팀으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대단위과제임에도 개별 연구자들이 원하는 프론티어사업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그러나 성장동력사업의 경우, 산·학·연의 구성원이 미리 짜여진 상태에서 선정하기 때문에, 소위 인맥에 의해 연결이 되지 않거나, 탈락된 과제의 우수한 연구자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셋째, 상용화 잠재력이 있는 과학기술은 시장원리에 의하여 선택되고 집중화될 때, 거품이 없는 연구개발평가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과학기술정책의 조급증은 마치 기업가처럼 성공가능성이 높은 과제만을 지원하는 경향이 있어, 국민 세금으로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 강자에게 투자하고 그 성공에 편승하거나, 반대로 거품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 연구비는 포상금이 아니고 투자여야 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의 연구비 투자는 대학의 실험실을 선진국 수준에 근접시켰고, 한국국민 특유의 근면함과 끈기로 과학기술의 고속 성장을 이루었다. 성장동력사업도 좋고, 선택과 집중도 좋다.

그러나 이것이 가지치기로 이어져 어렵게 일군 실험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더 어려웠던 시절, 물지게를 지더라도 자식을 교육시키셨던 부모님들처럼 국가도 어려울 때일수록 꿈을 가지고 멀리 보는 과학기술정책을 펴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