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비중과 한글 조어 능력의 문제

우리는 오래전부터 한글에 대해서 순수한 우리글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우리글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외래어, 특히 한문을 혼용하여 발전된 문자로 성숙시킬 것인가에 따른 고민이 있었다.

한글전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자는 옛 중국글자로 매우 복잡해서 중국에서조차 한자를 간소화한 약자인 간체자(簡體字)를 사용하고 있는 등 현재 잘 사용되지 않는 글자”라며 “한자를 더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한글의 설자리를 빼앗고 우리말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한자는 글자 기계화의 발달이 어려운 반면, 한글의 기계화는 상대적으로 쉬워 경제, 문화 등의 선진화를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한글전용론자들은 한자를 굳이 ‘남의 것’이라고 배척하지 않더라도 한국어에서 한자말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데, ‘혼용’은 이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한다. 한자말을 우리글로 바꾸어 사용하여도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전한다. 예를 들어 ‘매점매석→사재기, 대두→콩, 가감→더하기 빼기, 난조→엉망, 도합→모두’ 등과 같이 한자말이 아니라 우리글로 바꾸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비해 국한문혼용론자들은 한글전용 정책이 국어교육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어에서 한자어가 60%이상을 차지하고 동음이의어 문제 등이 있어 한글전용의 경우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이상(理想)과 이상(異象)을 한자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의미를 명확히 하려면 한자어를 한글로만 쓰기보다는 한자로 표기하는 것이 문장의 의미를 분명하게 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만약 한자가 폐기된 상태에서 새로운 개념표현을 위한 조어(造語)능력은 이미 조어능력이 상실된 우리말에서 찾기 힘들고, 따라서 영어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한글전용으로 언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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