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소설가 김동리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해다. 김동리의 10주기를 맞이하여 그의 삶과 문학을 돌아보는 행사가 지난 9월 한 달 동안 다양하게 열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김동리기념사업회 주최로 9월 27일에 마련된 학술심포지엄이었다. 필자도 이 심포지엄에 참가하여 「김동리 소설과 기독교의 관련 양상」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한 바 있다.

김동리는 그의 모든 학업과정을 미션 스쿨에서 이수했다. 자연히 그의 정신세계 속에는 기독교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며 자리잡게 된다. 하지만 더 깊은 차원에서 김동리는 누구보다 투철한 동양적 전통주의자의 자리에 스스로를 놓았던 사람이다. 투철한 동양적 전통주의자라면, 기독교와 맞설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바로 이러한 이중적 상황에서, 김동리 문학은 자연히 기독교와의 긴장된 대결 혹은 대화를 중요한 주제로 삼게 된다. 그의 작품 연보만 일별해 보아도 그 점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가 등단한 바로 다음해(1936)에, 기독교와의 대결을 주제로 한 역작 「무녀도」가 쓰여진다.

그런가 하면, 그의 문학활동 전체를 마감하는 자리에는 기독교 문제를 다룬 최고의 야심작 『사반의 십자가』의 대대적 개작(1982)이 놓인다. 결국 1936년에서 1982년까지, 김동리 창작활동 경력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긴 기간 동안, 기독교와의 대결 혹은 대화라는 과제는 김동리를 붙잡고 놓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와 같은 과제를 자신의 것으로 도맡아 수행하면서 김동리가 이룩한 성과의 내용을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에서는 다만 그의 작업이 우리의 문학사뿐 아니라 일반 정신사 속에서도 자못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는 사실만을 언급해 두고자 한다.

동양의 전통을 이어받은 한국인이 서양 정신과 문화의 도전 앞에서 어떻게 스스로의 자리를 마련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립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서양과의 본격적인 만남이 최초로 이루어졌던 19세기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박한 현재진행형으로 우리들 모두에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와 씨름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보다 앞서서 이 과제와 치열하게 맞붙었던 선배들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그것으로부터 유익한 교훈이나 참조사항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동리와 기독교 사이에서 전개되었던 대결 혹은 대화의 드라마는 바로 이러한 사례들 가운데서도 특별히 돋보이는 것의 하나이다. 우리는 그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 자신이 반드시 김동리의 입장에 동의하느냐 그러지 않느냐에 관계 없이, 많은 뜻있는 생각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김동리 문학이 우리 정신사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소평가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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