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공익광고가 아직도 생생한데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니 도대체 믿기지 않는다. 2004년 기준 우리나라 가임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1.16명으로 OECD 국가 평균 1.6명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낮은 출산율과 함께 우리나라의 고령인구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UN에서 정한 기준으로 볼 때 노인이란 65세 이상을 말하며, 고령화 사회는 노인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이상, 고령사회는 노인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 초고령 사회는 노인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경우를 각각 의미한다. 이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2000년에 노인인구가 7.2%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2019년과 2026년에는 각각 고령사회와 초고령 사회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저출산과 고령화는 노동공급의 감소, 연금부담의 증가, 의료부담의 증가 등으로 국가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경우 사회의 각 분야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 지 파악하지 못했고, 특히 도시에서 발생할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싶다.

저출산·고령사회의 도시에서 예측되는 악영향은 무엇보다도 도시기반시설의 운영과 관리에서 비롯된다. 저출산으로 인해 어린이와 젊은 층의 인구가 감소하면 학교, 유치원, 보건소, 도서실, 박물관 등 공공서비스시설의 방문자가 줄어들고, 도로와 대중교통의 이용자가 줄어들면서 운영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뿐 아니라 각 도시별로 근로인구의 감소로 인한 세수입이 줄어들어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인구수가 적은 중소도시에서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과 같이 전국적으로 개발의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는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상황이 바뀌면 농촌에서 폐교가 발생하는 것과 같이 도시에서도 학교가 폐쇄되고, 병원이 문을 닫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태풍으로 인하여 도로가 유실되어도 다시 복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방정부는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도시기반시설을 운영하고 관리해야만 한다.

가뜩이나 근로인구의 감소로 인하여 재정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지출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저출산·고령화의 추세를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어린이와 노약자도 도시에서 활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시설이용에 대한 배려를 한다면 출산율 감소의 속도를 줄이고, 근로인구의 부족에 따른 문제를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노약자의 편리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대중교통수단의 역을 중심으로 주거와 시설을 고밀로 집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도시를 대중교통중심의 고밀도시로 변환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늦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하여 재정적자가 눈처럼 불어나면 저출산·고령사회를 대비한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재정적 여력마저도 없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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