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택근무, 가상조직, 사이버 대학 등 이론적으로 상당한 지지를 받아온 온라인환경에서의 활동이 아직도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활성화된 듯 하면서도 경제활동의 중심으로 확대되지 못하는 전자상거래의 저조한 현황은 어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인터넷에서 구현되는 온라인환경에 대한 불신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이는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나 활동이 아직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임을 의미한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생면부지의 사업자와 대면 없이 거래를 하는데 위험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신뢰는 관련 당사자간의 상호작용의 정도와 수준 및 활동의 범위를 결정한다고 한다. 불신이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줄이는 반면 신뢰는 이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인터넷환경에서도 보장되는 신뢰의 수준이 인터넷환경의 발전과 범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날로 증가하고 있는 사이버 범죄와 개인정보 도용사건 등을 접하면서 인터넷이 사회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IT 강국임을 주장할 때처럼 새로운 시대를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인터넷환경은 통신과 같은 기술적 요소를 기반으로 하지만 단순한 네트워크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행위와 기술적 요소가 결합된 혼합시스템이다. 이 혼합시스템의 역할은 기존의 전통적 환경에서 이루어지던 인간의 사회적 활동, 경제행위 등이 온라인상에서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즉, 단순히 컴퓨터나 통신을 우리생활에 가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인 (Social) 요소와 기술적인 (Technical) 요소가 융합되어 복잡한 자기진화적인 (Self-Evolving) 시스템이 형성되는 것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사이버공간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전통적 환경에 추가되어 우리의 활동영역도 확대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의 성공적 구현은 통신이나 네트워크와 같은 기술적인 것으로만은 충분하지 못하다. 오히려 법, 제도, 표준, 정책 등 소프트웨어적인 기반이 적절히 지원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시장 매커니즘이 인터넷 환경에서 구현되지 못한다면 인터넷환경이 경제활동을 위한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소프트웨어적인 기반의 조성이 인터넷 환경에 대한 신뢰와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다. 제공되는 정보의 신뢰, 상거래에 대한 신뢰, 관련 당사자간의 신뢰 등 최소한 기존의 물리적 공간에서 필요했던 모든 신뢰가 확보되어야 할 뿐 아니라 인터넷 환경의 특성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불신의 가능성도 봉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뢰는 모든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이며 참여자들이 상호작용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신뢰수준은 인터넷 강국이 되기에 충분한 수준인가?

어느 사회학자의 분류에서 ‘불신국가군’에 포함되었던 우리의 신뢰수준이 그동안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궁금하다. 문제는 이러한 신뢰의 역할이 인터넷환경에서는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는 데 있다. 인터넷 환경의 확대는 새로운 기회와 편리함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신뢰적 관계를 파괴하는 위협적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