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팀의 인간배아줄기세포논문의 조작사건은 과학계뿐 아니라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사건이었다.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어도, 학계에서는 연구윤리 문제, 정부의 연구비 투자에 대한 문제, 언론의 과장되고 획일적인 보도 문제, 과학적 기술에 대한 기대가 종교가 되어버린 사회문제들이 줄줄이 얽혀 있어 보면 볼수록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여러 각도로 보여준다.

비판능력 상실한 대중

국민에게 승리감을 조명한 인간배아줄기세포기술의 개가는, 온 국민이 즐기는 스포츠 경기와도 같았다. 국민의 희망을 접목할 이 기회를 정부는 적극 활용하여 투자와 홍보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 있어 1980년대 프로야구를 연상케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언론도 한마음이 되어 적극 홍보했다는 점과, 대중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한 것도 아니고 경기 규칙도 심판도 누구인지 모른 채 그저 결과 만을 전해 들었다는 점이다.

좀더 인내를 갖고 살펴보면 과학적 연구는 스포츠와 같다. 엄격한 규칙도 있고, 심판도 있다. 다만 반칙의 판정은 몇 년 혹은 몇 백 년이 걸린다는 점이 다르다. 백 삼십 년이 지난 후, 그 위대한 헤켈의 ‘진화재연설(進化再演說)’,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는 발견은 실험 조작이었다는 것이 밝혀져서 사이언스지 (1997년 9월)에서 위조임이 최종 판명되었다.

과학의 규칙은 재현성(再現性)이다. 동일한 조건, 동일한 방법으로 실험(實驗)을 했을 경우 동일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 재현되면 참 값이다. 발표한 실험 값이 참 값임을 확신하기 위해 발표자 스스로 최소한의 반복실험을 한 후 제출한다. 거짓이라면 과학계에서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히고, 이후 아무도 자신의 연구결과를 믿어주지 않게 되므로 과학자로써는 죽음인 것이다.

그렇다고, 타인의 실험을 재현, 검토하는 심판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논문을 심사하는 검토자 (reviewer)들은 참 값이라는 가정 하에 논리적 모순의 지적, 논문의 부족한 실험, 논문의 가치 등을 평가 판정할 뿐이다. 이 후 발표된 논문은 유사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고, 자신의 연구를 위해 일부 실험을 반복하여 대조군으로 삶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실험 값이 자연스레 검토되는 것이다.

때로는 연구결과가 재현되지 않고,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얻기도 한다. 결국 과학계는 일단 제출된 연구결과는 참 값으로 가정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오류나 부정을 감시하기 위한 노력, 즉 불신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일부러 지불하지 않는다. 다만 두터운 과학자 층은 오류를 가려내고 정화하는 자체 기능을 갖게 됨으로써 추가적인 노력없이 참 값이 선별되게 되는 것이다.

두터운 과학자층의 자체정화 필요

대한민국의 과학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소수의 최고 과학자만으로는 올바른 과학적 토대를 이룰 수도 없고, 최고 수준의 연구도 기대할 수 없다. 과학도 개인기보다는 시스템이다. 두터운 과학자 층으로 이루어진 자체 정화 기능과 면밀한 비판에 대한 열린 마음이 있어야 과학의 반칙을 심판할 수 있다. 언론에서도 이제는 한 두 편의 우수 논문 발표만을 가지고 국민에게 지나친 기대를 주는 것은 지양하고, 논문의 결과가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지켜보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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