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글로벌시대에 영어를 피해 살아가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세계 중요 정보의 80%이상이 영어로 전달된다고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도 입증된 바 있듯이 경제·사회·학문 여러 측면에서 영어로 정보를 교환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 영어에 대한 국제적 안목의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영어교육에 대한 목표도 바뀌게 되었다.

1992년부터는 6차 교육과정(1992-1997년)과 7차 교육과정(1997년-현재)의 목표가 과거 문법-번역식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그러면 여기서 우리는 ‘의사소통’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한 번 짚어봐야 할 것이다.

많은 영어교육 학자들은 발음이 어떠하든, 손짓·발짓을 사용하거나 비문법적인 문장을 구사하더라도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표현하기만 하면 ‘의사소통에 목표를 둔 영어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필리핀식 영어(Phinglish)를 사용하든, 한국어식 영어(Konglish)나 일본식 영어(Jaglish)를 사용하든, 발음이나 문법의 정확성에 관계없이 의사소통만 되면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의사소통만 되면 좋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올바를까? 필자는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념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든 의사소통만 되면 된다는 안일한 목표를 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의사소통만 되면 된다는 식으로 영어를 학습하여서는 안 되고, 정확한 발음과 문장 구사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보고 ‘영어 잘 하네’라는 평을 받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영어에서 무엇을 보고 또는 듣고 그러한 판단을 하는 것일까? 이는 발음이 좋거나 유창하기(fluency) 때문일 것이다.

우리처럼 영어를 외국어로서 배우는 학습자들이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하기는 힘들다. 이야기 주제에 대하여 선지식이 있으면 좀 더 유창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비슷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영어 잘 하네’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 바로 발음이다.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면 아주 유창하지는 않더라도 영어를 잘 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TOEIC에서도 올 9월부터는 말하기 평가를 실시한다고 한다. 우리와 같은 외국인들의 영어말하기를 원어민 심사위원들이 평가한다. 비슷한 선지식을 가진 수험자가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주제에 대하여 말하기를 하면 유창성은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면 발음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왜냐하면 spoken English의 첫인상은 바로 발음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발음이 중요한 것이 이뿐만이 아니다. 영어 교육이론 중에 ‘자동화이론(Motor Theory)’이 있다. 내가 구사하지 못하는 발음은 잘 듣지도 못한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영어 원어민과의 진정한 의미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우리의 잘못된 발음을 고쳐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정확한 영어발음이란 무엇일까? 우리나라 영어교육에서 영어발음은 보통 자음과 모음의 정확한 조음만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이뿐 아니라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방법으로 강세를 구현하는 것, 그리고 문장 단위의 발화에서 정확한 억양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는 한국어와 달리 강세가 있어 리듬감이 있고 억양의 굴곡이 한국어보다 훨씬 심하다. 따라서 자/모음의 정확한 발음 뿐 아니라 강세 및 억양에 신경을 써서 ‘영어 잘 하네’라는 말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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