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심각한 화두는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중산층이 빈민화되어 빈곤층이 두터워지는 부의 양극화현상이라고 하겠다. 지난해에는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1997년 IMF관리체제이후 계층간 소득불평등구조는 계속 심화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한계소비체감으로 인해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계층간 위화감 조성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등 주로 경제, 사회적 관점에서 그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심리적 관점에서 양극화 현상을 들여다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양극화 현상 심리적 요인 심각

다른 사람들이 1를 벌 때 내가 2를 버는 경우와, 내가 4를 벌 때 다른 사람들이 8을 버는 경우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물었을 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자를 택하였다는 연구가 있다. 더 많이 벌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적은 것보다는, 적게 벌더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해보았더니 연구와 동일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1980년대 이후 연 평균 10%에 가까운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루며 ‘미래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서 최근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수는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을 넘는 26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울증은 특히 젊은 층에 많으며, 자살 가능성도 매우 높아, 2005년 15~34세의 연령층의 최대 사망원인이 자살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중국인들이 누리는 경제적 풍요는 과거 그 어느 시기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일까? 그 답은 위에서 언급한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모두 다 함께 가난할 때는 괜찮았는데, 경제성장은 했지만, 빈부격차로 인해 나보다 잘 사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중국인들이 정신적으로 병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중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보다 앞서 자본주의를 택하고 경제성장을 일군 나라들 대부분의 보편적 현상이다. 즉, 경제발전을 통해 물질적 부를 축척함과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정신적 질환도 함께 시작된 것이다.

날 때부터 지위가 고정되던 신분사회의 사람들이 정신적으로는 안정되었던 것과는 달리, 물질적 성취에 대해 무제한의 자유가 보장된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안을 겪는다는 것을 갈파한 알랭 드 보통(2004)은 인류가 발전시킨 박탈감 대처법에 관해 흥미로운 분석을 시도하였다.

그는 철학(물질에 초연했던 디오게네스), 종교(가난한 자여, 천국은 그대 것이니), 예술(물신주의에 빠진 가족의 비극적 결말을 그린 박완서의 소설 취청거리는 오후), 보헤미아(물질보다는 예술, 자유, 감정에 충실한 히피들)등을 상대적 박탈감으로 야기되는 불안으로부터 해방되는 해법으로 제시하였다.

소득재분배의 정치적 해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정치가 있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 분배된 소득을 국가 개입에 의해 재분배를 시도하는 복지국가의 복지프로그램들은 물질적 불평등으로부터 인간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정치적 해법 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이것이 우리가 사회복지제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라고 하겠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