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공방-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

98년도부터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공기업 민영화는 외환위기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 개혁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금융관련 공기업을 제외한 26개의 공기업 중에서 11개 공기업을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이 중 포항종합제철, 한국중공업, 한국종합화학, 한국종합기술금융, 국정교과서(주)는 즉시 민영화 준비에 착수하여 현재 민영화가 완료되었다. 그외 한국전기통신공사, 담배인삼공사 등 6개 공기업은 공기업의 특성과 시장여건에 따라서 단계적으로 자산매각·지분매각 등의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 중에 있다.

공기업 민영화의 목적은 공공부문에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하여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데 있다. 민영화 대상은 시장경쟁을 통하여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는 공기업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기업은 대부분 독점사업이다 보니 경쟁 회사가 거의 없어 안일한 경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기업의 위기 때도 서비스의 질적 향상보다는 별다른 대책 없이 요금 인상만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안일한 태도의 경영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바로 소위 말하는 낙하산 인사에 의한 경영인들이다. 이들의 비효율적인 경영은 공공요금의 인상으로 다른 일반 요금이나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쳐 공기업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국민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다.

하지만 민영화가 곧 경제위기 극복의 해법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공기업이 민영화되었을 때 가장 먼저 감내해야 할 것은 공공부문 서비스에 대한 요금 인상이다.

일례로 분당 지역의 지역 난방이 민영화되었을 경우 구조조정 등을 통하여 비용을 절감, 난방비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의외로 난방비 38.5% 인상이라는 뜻밖의 결과를 가져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제 위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서민 계층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다시 한번 손해를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민영화는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시장논리에 맡겨 경쟁력, 효율성 높여야 ESOP 활성화, 정부개입 최소화 등이 전제돼야

공기업 민영화를 찬성한다


정부가 눈치보면서 미뤄오던 민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너무 서둘고 있다는 인상이다. 애초부터 정부는 민영화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민영화 방법이 정부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람을 줄이는 구조조정, 외국계에 헐값 매각, 대책없는 공적자금 쏟아붓기 등 부작용만 낳았다. 민영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방법은 재고의 여지가 많다. 공기업들은 철밥통으로 군림해 왔다. 시장은 없고 정부만 있었던 시대에는 가능한 일이었다. 오히려 그것이 더 효율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시장논리에서 벗어나 특혜 속에 안주한 공기업들은 IMF관리 체제로 세계경제에 노출돼 버린 이후 허약한 체질을 그대로 드러냈다.

비닐하우스의 작물처럼 외부변수에 힘없이 주저앉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가 메스를 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내놓는 방법이 최선이다. 시장은 공정하게 평가해 때로는 이들의 밥그릇을 뺏을 수도 있다는 점이 공기업의 자생력을 높여줄 것이다. 민영화 1주년을 맞은 포철은 좋은 본보기다.

물론 정부소유로 묶어둬야 하는 부분들도 있다. 현재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지역난방이나 전력 등에 대해서는 민영화 여부를 심도있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기본 생활보장을 위한 사업이면서 국민들에게 높은 가격을 받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서는 국가 보조로 국민생활을 안정시켜야 한다. 정부의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부분만 제외하고 모두 민영화시켜 시장논리에 의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초기의 진통에서 벗어나면 오히려 더 효율적이다. 최근엔 공기업이 민영화되는 과정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의 계속된 간섭과 공기업 틀을 벗지 못한 안일한 자세, 노동자를 줄이는 구조조정 방법 등 각론에서 허점이 터지고 있다. ‘모양만 민영화’로 낙하산 인사가 이어지고 정부가 사사건건 정책을 논하는 것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직원들이 새로운 시장경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고압적이고 안일한 자세를 계속 가지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구조조정 방법이 문제다. ‘구조조정=인력감축’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조의 반대가 민영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고통을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만 전가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들도 같이 책임지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도입키로 한 ESOP(우리사주신탁)제도도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SOP제도는 기업과 종업원이 공동으로 출연해 조성한 펀드로 자사주를 취득해 종업원에게 배분하는 제도다.

기업이 자사주와 취득자금을 무상 출연하거나 종업원이 자기자금을 출연해 기금을 조성하게 된다. 경영자 소유의 직장이 아니라 직원 모두의 직장이 되는 것이다. 모두가 경영자고 노동자가 되는 셈이다.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이 제도를 활용하면 민영화 비용도 줄이고 노동자와의 마찰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권 말기다. 벌써 레임덕 현상이 나오고 있다. 성급한 공기업 민영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김대중 정부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 정부는 좌불안석일 것이다. 그러나 민영화는 계속 이뤄져야 할 과제이므로 성급할 필요는 없지만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과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민영화 대상 기업 선별, ESOP 활성화, 정부 개입 최소화 등의 원칙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

박준규 (<내일신문>기자)



사회적 공공재는 ‘공적으로’ 생산·소비되어야 공기업의 개혁은 내부운영 구조의 혁신이 옳은 방향

공기업 민영화를 반대한다


정부의 민영화추진과정을 보면, 헐값 매각, 국부유출, 노동자 배제 등의 문제가 종종 지적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것은 ‘공공부문’에 대한 사회경제적 인식의 부재이다.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은 비효율이고 시장은 효율’이라는 신앙을 따른다.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기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회적 공기업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는 왜 공기업을 필요로 하는가? 대부분의 민영화대상 공기업들은 네트워크산업으로서 사회적 공공성을 지니며, 이것은 21세기 들어 훨씬 강화되고 있다. 교통, 통신, 전력, 가스, 수도 등이 우리의 일상 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 전력, 통신, 가스, 철도 등은 국민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끊이지 않고 공급받아야 하는 혈액과 같은 공공사회재가 되었다. 이러한 공공서비스는 지역, 계층을 넘어서서 누구에게나 언제나 공급되어야 하는 ‘집합적 생활수단’이다.

이러한 사회적 공공재는 ‘공적으로’ 생산·소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첫째, 시설의 보편성, 즉 공공서비스를 생산하는 시설의 지역차별을 방지하여 벽지주민에게도 공공서비스가 균등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둘째, 요금의 공공화, 즉 누구나 이용가능하도록 공공적 요금체계가 수립되어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이용권이 제약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계층차이를 반영한 사회적 요금체계가 요구된다.

이로 인한 경영적자는 나태와 부실로 인한 적자가 아니라 사회연대와 공평을 위해 치르는 ‘사회적 적자’로서, 전체 사회가 보상할 의무를 지닌다. 셋째, 생산력의 사회적 공유, 즉 대규모 기간산업의 생산력 성과가 소수 민간자본에게 독점되지 않고 전체 국민에게 향유되어야 한다. 넷째, 공기업 노동자의 노동권의 보호, 즉 국민의 공공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자는 그 생산자로서 존경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민영화가 강행되면 이 네가지가 모두 깨어진다. 첫째, 민영기업하에서 공공서비스조차 수익성 원리에 따라 생산공급되어 지역적 차별이 발생한다. 둘째,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요금체계가 무시된다. 돈이 없으면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셋째, 기간산업이 민간독점기업으로 전환되어 막대한 사회적 생산력이 독점이윤이라는 명목으로 소수 자본세력에게 점유된다. 넷째, 최대 수익성원리에 의하여 무한 노동착취가 감행된다. 노동조합이 저항하는 만큼만 노동권이 인정될 뿐이다.

우리는 현재의 공기업이 여러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해답이 민영화는 절대 아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공기업의 비효율성은 사실상 정부의 관료적 지배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공기업의 개혁은 과거 정·공유착(政公癒着)을 타파하기 위한 내부운영구조의 혁신이 옳은 방향이다.

집권여당과 예산당국에 독점되어 있는 공기업 경영구조를 공적인 주체(시민, 노동조합, 전문가, 관료 등)들이 책임지는 ‘사회적 공공운영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여기에는 서비스의 질을 감독하는 위원회, 생산력을 점검하는 위원회, 독립적인 감사위원회 등이 포괄될 것이다. 공기업은 소유뿐만 아니라 운영구조에서도 공공적 성격을 띠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건호 (민주노총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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