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경험하였다.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모든 자원이 바닥난 상황에서 경제개발계획을 통하여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압축성장’을 이루어냈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인하여 소득수준이 급격히 향상되고 도시도 빠르게 성장하였다. 소득이 증가하는 것과 비례하여 생활수준에 대한 기대치 역시 급격하게 높아졌다.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소비재에 대한 높은 수요는 충족되었으나 양질의 주택에 대한 수요를 해소하는데 있어서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고, 최근 급등하는 집값은 우리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택은 입지와 관계가 깊고 해당 위치에 있는 주택의 공급은 제한적이므로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택문제는 도시의 발달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 우리나라 서울의 경우 과도한 인구와 부가 집중하여 있고 게다가 서울의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이 매우 좁은 탓에 집값이 비싸다.

잘 알다시피 급속하게 도시가 성장하다보니 체계적으로 교통시설을 건설하지 못한 탓에 서울의 교통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바로 이 교통문제가 주택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음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교통의 혼잡은 선호하는 주거지역의 공간적 영역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선호지역인 강남은 경제·사회·문화·교육의 중심지로서 그 곳에 사는 사람에게는 직장을 비롯한 모든 시설이 가까이에 있어 살기 좋지만 심한 교통 혼잡으로 인하여 외부에서 들어오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강남의 집값은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그리고 진입하기 위한 통행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높아지는데 여기에 투자수요까지 편승함으로써 상승폭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1990년대 초에 신도시의 개발을 통하여 집값을 안정시켰던 경험을 바탕으로 신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공급의 확대정책을 펴고 있으나 그 때와는 달리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교통여건의 악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최근 강남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강남에 승용차를 주로 이용하는 고소득자의 주택을 더 공급할 경우 교통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며 결과적으로 강남의 공간적 영역을 더욱 협소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신도시 개발이든 강남의 재건축이든 지금까지 우리의 큰 자랑거리였던 압축성장이 만든 교통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결코 주택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없다고 본다.

서울의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공간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더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압축성장을 통해 기형화된 서울을 바로잡는 길이고 궁극적으로 작금의 주택문제도 해결하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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