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 이내에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5대 5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이 노동계에 나돌고 있다.” 1998년 근로자 파견제 도입 결정 직후 일간지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50%를 넘는 데는 4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비정규직 700만 시대를 살고 있다.

사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간의 입장 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입장을 갖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노동계보다 재계의 편에 서 왔다. 이 점이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단초도 찾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유이다.

노동자들이 연이어 자살해도 정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으면서 재계가 한 마디 하면 설설 기는 모습이다. 재벌 총수를 모아두고 투자를 구걸하면서 노동계의 요구에는 ‘강경 대처’로 화답한다.

최근 노동부에서 내놓은 비정규직 관련 입법안은 정부의 입장을 확실히 대변해 준다. ‘남용을 규제하겠다’고 하지만 이 법안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오히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형태 중 가장 문제가 심각한 파견업종을 기존에는 몇 개 업무로 한정했던 데 반해, 몇 개 업무만 제외하고 모두 허가하겠다는 내용은 이 법안이 과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인지조차 의심케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 사회의 만성 질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하는 것이 정의(正義)이다. 노동의 가치가 동일하다면 동일한 임금을 주어야 한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며 정의로운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성별이나 학력의 차이가 임금 차별의 이유가 될 수는 없지만 고용 형태에 따라서는 임금을 차별할 수 있다.

굉장히 모순적이다. 비정규직은 재계 주장대로 유연한 고용 형태일 뿐이다. 저렴한 노동력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제도는 그것을 보장해주고 있고 오히려 그러한 불합리를 보호하고 있다.

지금도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늦었지만 더 많은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니다. 당분간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경제가 더 살아나고 그때 가서 바로잡으려면,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은 댓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노동시장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첫 걸음은 ‘동일 노동·동일 임금’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또한 사용자의 횡포를 막기 위해 노동 3권도 보장해야 한다.
여기 비정규직 평균 월급 91만원이 있다. 이 월급 봉투를 보며 세 사람이 한 마디씩 한다. “이정도면 된다”, “이만큼이나 준다”, “이걸로 산다” 각각 정부, 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말이다.

이 중 무책임하게 말하는 자, 엄살을 피우는 자는 누구인가? 그 사이에 누구는 울분을 삭히며 월급 봉투를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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