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는 새 학기이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생들이 교정과 교실을 가득 메우고 있지만 그 얼굴에는 새삼스러울 정도로 새로운 각오가 엿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또한 여느 때와 같은 새로움 속에서 2% 부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던지는 질문에 대해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는 반응이 보이지 않았다.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하고 답변을 재촉해야만 쭈뼛거리며 말을 하는 것은 왜 일까?

자신감 가질 자격 있다
우리 학생들은 세속적인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고 여기까지 온 학생들이다. 내 눈으로 보아서는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고 한껏 자랑하고 싶은 학생들이다. 지금까지 해 온 노력과 열정으로 자신을 다듬어 간다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막상 학생들 자신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능력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 인정을 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
어떠한 일을 하는데 그 일을 성공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장 먼저 결정하는 것은 그 일을 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자신이 없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을 하기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자신감을 갖고 일을 시작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다. 그렇지만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잘 할 수 있을까를 먼저 걱정한다면 이미 확보한 성공의 가능성마저 낮아진다.

우리들은 농담 삼아 ‘너희들은 내가 예쁘게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 엄마는 나를 보고 예쁘다고 해’ 라고 한다. 우리 학생들은 부모님이 볼 때뿐만 아니라 누가 보아도 예쁜 모습을 갖고 있다. 몸과 마음 그리고 능력, 자질 어디를 보아도 예쁜 학생들이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물론 능력도 없이 자신감만 갖는 것은 교만에 불과하다. 자신감과 교만은 처음에는 잘 구별이 되지 않지만 곧 판명이 난다. 내가 본 우리 학생들은 충분한 자신감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렇지만 많은 학생들의 경우 소심함이 자신감을 누르고 있는 것 같다. 능력과 자격이 있는 우리 학생들이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열등감을 갖고 못난이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이러한 생각은 우리들의 마음을 황폐하게 하고 미래를 망치는 마약과 같은 것이다. 자신감이 없이 일을 하게 되면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이는 곧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제대로 되지 않은 일로 인해 자신감을 더욱더 잃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모르는 것에 대한 당당함
이러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두 가지 자세가 필요하다. 첫째는 아는 것에 관한 자신감이다. 내가 아는 것이 잘못 아는 것이 아닐까, 불충분한 것이 아닐까 라는 마음을 버리고 알고 있는 것 그 자체만으로 자신감을 갖고 당당해야 한다. 둘째 모르는 것에 대한 당당함이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체하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고 인정하고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자신감이다.
새롭게 맞이하는 학기에는 너무나도 예쁜 우리 학생들이 자신들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에 찬 당당한 모습을 조금 더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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