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수준별 교양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입생들은 입학 시에 실시한 영어특별시험의 결과를 토대로 적절한 수준의 교양영어수업을 듣도록 배정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다른 학교와 비교할 때 한 발 앞서있다. 수준별 수업은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여 그 교육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다. 획일화된 교양영어 수업의 경우 학생들은 각자의 수준과는 무관한, 결과적으로 각자의 영어실력향상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수업을 수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한학기만에 큰 실력차이가 벌어질 수 없는 영어와 같은 과목을 수강하는데 자신보다 월등히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데 엄청난 심리적 부담감을 느낀다. 이 경우 학생들은 마치 “그들만의 각축장”을 바라보는 심정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학생의 자신감을 상실시킨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서 도입된 수준별 수업을 받아들이는 우리 학생들의 의식은 어떨까? 어떤 학생들은, 극히 소수의 경우이겠지만, 자신보다 영어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들과 같이 수강을 하는 것을 오히려 선호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학점이 관련되어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러나 모든 시스템이 그러하듯이 그 시스템의 수용자인 학생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 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없다.

영어실력의 경우에는 모든 학생이 그렇지만 신입생들은 특히나 그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열려있다는 말은 비약적인 성장으로부터 퇴보까지의 모든 가능성을 포괄한다. 학생들은 모두 그들의 영어실력이 더 나아지길 소망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 답은 사실 단순하다. 현재 자신의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 중에는 종종 자신의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불리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은 영어를 전공하는 것이 아니어서, 아니면 영어를 무슨 이유에서든지 그 동안 그다지 열심히 공부할 기회가 적었다고 말한다. 열심히 해도 전공을 하는 학생들만큼, 혹은 해외경험이 있는 학생들만큼 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학생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에서 혹은 그 이전이나 이후에라도 영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 학생들은 영어를 다루는 강의에 더 편하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학기를 시작할 때 영어점수가 예를 들어 60점이었으나 한 학기를 마칠 때 80점에 도달하는 경우와 학기 시작 할 때 80점에서 출발해 학기 말 85점에 도달하는 경우를 비교할 때 어떤 학생이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전자일 것이다. 학생들이 매 학기를 그렇게 보낼 수 있다면 몇 년 뒤에 그들의 실력은 처음보다 훨씬 더 나아져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 학생들의 수준이 어디에 도달해 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정보이다. 그곳이 바로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출발점을 알고 있고 정확한 출발점에서 출발하는 경우 도달점으로 가기 위한 적절한 준비를 할 수 있으며 또 도착하게 될 확률도 훨씬 높다. 우리가 출발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도착점을 위해서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스스로가 직접 기여해서 결정할 미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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