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매결연 대학의 허와 실

해마다 입시를 치르면서 대학간의 경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좀 더 나은 여건의 학습환경을 제공하고 국제화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해외 대학과의 자매결연을 통한 학술 및 학생 교환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우리 대학에서도 지난 86년 미국 애크론대학을 시작으로 일본 동경도립대학, 요코하마국립대학, 동경학예대학, 히로시마여자대학, 헝가리 부다페스트경제대학, 부다페스트무역대학, 폴란드 우찌대학, 호주 시드니공과대학, 미국 모헤드주립대학 등 해외 5개국의 10개 대학과 자매 결연을 맺었다.

이 중 동경도립대학과 시드니공과대학은 서울시의 자매도시 대학이라는 인연으로 결연을 맺게 된 것이고 나머지는 우리 대학 교수들의 개인적인 학연이나 지연 등에 의한 것이다. 현재 이와 같은 자매결연을 통해 10명이 교환학생으로 유학중이다.

이름뿐인 ‘자매결연’

그러나 이러한 유학은 소수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고 대학간의 실질적 교류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현재 실제 학생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은 일본의 요코하마국립대학과 동경학예대학 불과하며, 학생 교환이 아닌 학술 교류 및 연수도 정기적인 것이 아닌 일회적인 것에 그치고 있다. 애크론대학의 경우 계약 이후 보고된 실적 자체가 없으며, 이는 모헤드주립대학과 시드니공과대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는 단순히 교수들의 인맥에 의해 결연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장기적 계획에 따른 것이라면 교수들의 인맥 또한 자매결연을 보다 쉽게 맺을 수 있는 좋은 통로일 수 있지만 무계획 하에서의 인맥을 통한 체결은 일부교수 이해에 영합한다거나, 대외 홍보용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폴란드 우찌대학의 경우, 93년 의향서 형식으로 자매결연을 맺기로 했으나, 이후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 “의향서 계약 이후에도 서울시립대에 구체적 방안 논의에 대한 서류를 보냈으나 그 후에 한국으로부터 아무런 회답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 우리 대학은 서울시립대학과의 자매결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우찌대학의 한 국제부 직원은 말했다. 비슷한 형식의 계약을 맺은 부다페스트경제대학의 경우에도 97년 학술교류 협의단의 방문 외에는 별다른 교류 없이 98년 효력이 상실되었다. 이 대학의 국제관계부장은 “98년 이후에도 우리가 연락을 취했는데 답장이 오지 않았다”며 교류가 이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스러워했다.
그러나 우리 대학에서는 여전히 이 대학들을 자매결연 대학으로 홍보하고 있어 자매결연체결이 실질적 교육의 목적보다는 대외적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학부생 배려없이 대학원생 교류에 치우쳐

자매결연 대학과의 특성과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학교를 선정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결연 대학 중에는 일본 히로시마여자대학이나 미국 애크론대학 같이 우리 대학과 별다른 학문적 연관이 없어 그 대학과 왜 교류를 하게 됐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총 10명 중 8명의 교환학생이 재학중인 요코하마국립대학의 한 학생은 “요코하마국립대학은 인문계열이 자연계열보다 우수한 대학이다. 그러나 교환학생으로 온 8명의 학생은 모두 공학을 전공하고 있다”며 우리 대학의 학술 및 교육적 연계성에 대한 고려 없는 자매결연을 비판했다.

학부생에 대한 유학 기회가 거의 없는 것도 재고돼야 한다. 현재 교환학생은 총 10명 중 1명만이 학부생으로, 대학원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다. 학생의 보다 나은 교육 여건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학교의 임무라면, 현재 대학원 중심의 교환학생 운영을 학부생에게까지 확대시켜야 한다. 한국외국어대학의 경우 학부 2·3학년을 중심으로 매학기 정기적으로 학생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화여대의 경우 85년 처음 학생 교환을 시작한 이래 교환학생으로 유학한 학생이 총 338명에 이른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 대학은 학부생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전담부서 확충과 선발과정의 투명성 필요

또한 이들의 선발 과정에 있어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이다. 현재 교환학생으로 현지에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를 보면 대체로 지도 교수의 주관적 평가를 거쳐 추천을 받아 선발된 경우가 많다. 현재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 학생은 “어떤 기준에 의해 선발되었는지조차 모르겠다”고도 했다. 공정한 학생 선발을 위해 객관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선발의 모든 과정이 공개, 문서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학생 선발 과정이 불투명한 이유로는 교환학생에 관한 업무를 보는 전담 부서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우리 대학에는 해외교류를 담당하는 ‘홍보교류계’가 있으나, 이 부서는 해외교류 전담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교류 부문에 투입되는 인력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연세대의 경우에는 ‘국제교육부’가 따로 마련되어 학생들의 국제 교육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중·장기 발전계획에 포함시켜야

우리 대학의 해외 대학과의 교류가 부족한 것은 장기적 교류계획의 부재와 예산, 기숙사 건립, 전담요원의 확보 등의 현안과 맞물려 있다. 우리가 해외 대학에 학생을 보내면 그만큼 우리 대학도 그쪽의 학생에게 혜택을 주어야 하는데,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는 장학금이나 숙소와 같은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오카무라(국사 석사4학기)씨는 “동경학예대에서는 학비 면제는 물론이고 숙소 및 장학금까지 지급하는 데 비해 이 대학에서는 학비만 면제받을 수 있다”고 하며 교환학생에 대한 처우에 불만을 나타냈다. 동경학예대학의 한국 유학생 회장인 유혜정씨는 “98년도에 서울시립대에서 한국사를 배우고자 했던 학생이 있었는데, 기숙사 등의 문제로 한국에서 거절해 동남아로 갔다”고 했다.

장기적 교류계획의 부재는 계속되는 비효율적 자매결연을 양산해 낼 여지가 많다. 이에 대해 기획발전처에서는 “현재로서는 자매결연을 맺더라도 이를 지속시킬 수 있는 창구가 없고,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편성하기란 어렵다”며 “대학 상호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자매결연에 있어서 예산의 부족은 활발한 교류에 걸림돌이 된다”고 밝혔다. 장기교류계획의 부재는 예산 및 전문인력의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해외교류를 결국 모양 내기에 그치게 한다. 그러므로 현재 수립중인 중·장기발전계획에서 실질적 교류가 가능하도록 자매결연의 실태에 대한 재고와 장기적 계획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대학은 내실 다지기에 무게중심이 실려있는 듯 하다. 그러나 대학의 내실과 외부교류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내실을 먼저 기한 다음 해외 대학과 교류를 한다는 식의 태도는 우리 대학이 국제화·세계화라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고 타 대학에 비해 뒤쳐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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