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의 전망

세계는 지금 새 천년을 맞이하여 매우 분주하다. 지식기반사회로 특징 지워지는 새 천년은 치열해지고 있는 국가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생존의 차원에서 교육개혁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고등교육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가 주도의 교육개혁으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 고등교육기관은 최근 30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팽창하였다. 양적 팽창만큼의 질적 수준의 향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양적 팽창에 따른 질적 수준의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대학교육에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학 구성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평가하는 대학의 인재육성교육이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잘 드러난다. 즉,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이 대학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 대학의 현실은 OECD의 권고안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즉, OECD에 가입되어 있는 우리 나라에 대하여 “한국 대학 졸업생의 능력 수준은 OECD 표준에 미치지 못한다. 대학의 국제화가 필요하며, 학생들은 여러 학문에 대한 고른 소양을 기르고, 생산 양식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능력을 획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학은 학문의 전당으로서 상아탑이라는 울타리를 견고하게 지켜왔다. 즉, 과거에는 대학의 고고함이 상아탑으로서 그 순수성을 보장받아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달과 시장경제논리의 확산은 대학에게 고고함에서 벗어나 실용적이며 실천적이고, 현실 참여적인 지식과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학에서의 직업교육은 산학협동에 입각해 이루어져야 한다. 여러 학문에의 접근을 통해 직무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직업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현장체험도 강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IMF 관리체제하에서 김대중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교육과 사회복지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 축소를 강조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경제논리에 입각하여 교육을 시장경제의 경쟁논리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대학들은 기업의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여 강도 높은 대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학생들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취업대란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대학생들의 휴학률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2003년경에는 대학입학정원이 지원자수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대학 진학률의 증가에 의한 고졸자 감소, 고등교육에 대한 매력 감소와 희소가치의 상실로 인한 고학력자 취업난으로 인한 대학의 인기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들은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 대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와 개별 대학 차원에서의 교육정책이 수립되고 있지 않다는 것과 계획이 수립된다고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임시방편적인 단기적인 계획들을 수립하고 있으며, 그것도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문제는 ‘창조적 지식기반 국가 건설을 위한 교육발전 5개년 계획(시안)(1999∼2003)’이나 ‘두뇌한국 21(BK 21)’ 추진과정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교육의 결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장기적,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특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대학들이 지향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대학 ‘자율성’의 확대이다. 지금은 교육부가 대학 입학정원과 전형절차를 통제하고, 국고지원 방식이 지시와 통제에 근거하고 있어 대학의 자율적인 운영을 저해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대학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다.

둘째는 대학의 ‘책무성’ 제고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학의 학사운영이 민주적이어야 한다. 또한 사립대학의 운영에 있어서 특히 사학재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예·결산을 공개하고,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대학 운영에 있어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여야 한다.

셋째는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 학생들의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의평가를 제도화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즉,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과 다양한 강좌의 개설, 그리고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회와 기술 및 지식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용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넷째, 정보화교육 및 산학연계를 통한 직업교육의 강화방안을 수립하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에서 요구되는 지식들을 전공을 불문하고 제공하며, 이론 지향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사이버시대의 확대에 따른 대학에서의 가상교육을 위한 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황인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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