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 에드워드’에서의 폭파 소동으로 인근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다름이 아니라 기지 내에 폭발물이 설치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군이 주민들을 대피시키지도 않은 채 자기들만 위험 구역에서 슬쩍 빠져 나온 것이다. 물론 미군측이 정보를 접수한 후 1시간내에 한국군에 이 사실을 통보하였다는 기사가 이후에 보도되었으며, 다행히 ‘폭발물 설치 소동’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인근 주민들의 생명을 도외시한 채 자신들만 도피한 미군들의 처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미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군기지 내에 폭발물이 설치되어있을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은 캠프 에드워드는 미군을 동원해 폭발물 수색을 시작했으나, 폭발물을 찾지 못하자 오후 8시부터 병력을 철수하고 대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이러한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으며 폭발 예정시간을 훨씬 넘긴 새벽 1시에야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캠프 에드워드는 유류와 화약 보급을 맡고 있는 곳이다. 3개의 유류 저장 탱크에는 3만 3,000갤런의 휘발유가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만일 이곳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면 반경 1㎞의 인근 지역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번에 벌어진 해프닝은 미군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미국은 한국에 병력을 주둔시키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위하기 위해’라는 근거를 대고 있다.

한편 지난 해 10월 초 AP통신의 노근리 사건 보도 이후 미군의 양민 학살 사실들이 하나씩 확인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노근리 사건 진상조사반’을 꾸려 현장조사 및 당시 세부상황 확인, 현장 증언 청취 등의 조사 작업을 해왔고 정부의 공식 근거 자료도 만들었다. 노근리 생존자들의 증언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가슴아픈 얘기다. 미군은 노근리의 양민들을 학살하면서 ‘한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라는 근거를 댔을 법도 하다.

그러나 미국방부와 우리 국방부는 노근리 사건의 진상 조사를 서둘러 진행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며 가능하면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이 되는 올해 6월 25일 이전까지 마무리한다고 한다. 한반도 유사시 작전 지휘권을 지니고 있는 미국이 제안한 방안을 우리 국방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노근리 피해자들이 지난 역사의 아픈 기억을 기념이라도 해달라고 했나. 희생자들이 바라는 것은 단지 왜곡된 역사의 허구들로부터 가려진 진실들을 규명해달라는 것, 그것뿐이다.

캠프 에드워드의 해프닝이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총구를 겨누고 만행을 저지르는 노골적인 학살은 아니었지만, 땅을 무료로 임대해 주고, 무기를 대량 구입해주며, 행여나 그들의 심기를 건드릴까 걱정했던 우리들은 뭐였나. 어떠한 민족도 다른 민족의 운명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당연한 지론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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