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에 사는 ‘조선인’을 말한다

연변(북간도)은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약칭으로 중국의 행정구역상 길림성(吉林省)에 속한다. 이곳의 인구는 대략 2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한족, 조선족, 몽골족, 만주족, 회족 등 다양한 소수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연변조선족은 연변 전체 인구의 약 40%를 차지한다. 중국에 살고 있는 전체 조선족이 200만 명이라고 할 때, 상당수의 조선족들이 연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연변조선족들은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가리라는 희망을 지니고 있다. 우리 나라 돈으로 400만원(연변에서는 개인이 일 년 동안 벌어들이는 액수와 맞먹는다) 정도의 비싼 교통비를 내면서도 한국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하지만 부푼 꿈을 안고 고국을 찾아와 한국을 등지며 내던지는 한 마디 말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나쁜 사람들….”

연변조선족의 뿌리

UN의 두만강하류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연변은 알려지기 시작했다. 연변 지역은 중국, 조선, 러시아와 인접해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중국 내에서도 최고 품질의 쌀을 생산하는 기름진 땅이다. 이곳에 조선인이 처음 생활하기 시작한 것은 대기근이 발생했던 19세기 말의 일이다. 연속되는 자연재해로 조선왕실의 엄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살길을 찾아 두만강을 넘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독립 투사들, 기울어 가는 조선의 운명을 바로 잡기 위해 간도를 기점으로 항일무장 투쟁을 하기 위해 건너간 지식인과 학자들이 있다. 조신옥(국문과 대학원 석사과정) 씨는 조선족 제 4세대로, 그의 선조들은 계속되는 기근을 피해 간도로 이주한 사람들이었다.

조씨는 연변의 윤동주 기념관에서 관장직을 맡은 바 있으며, 북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우연히 우리 대학을 알게 됐고, 오형재(전산통계학과) 교수님의 소개로 국문과 대학원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출판사와 대학원을 오가며 그녀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에 대해 많이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조씨를 만나 연변조선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육수준 높은 ‘똑똑한’ 소수민족

연변조선족은 어떤 사람들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신옥 씨는 “춤과 노래를 즐길 줄 알고, 교육열이 높은 소수 민족으로 중국에 알려져 있어요. 자식들 걱정이 우선인 한국사람들하고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죠. 김치, 송편, 쌀밥 등 조선의 전통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에요”라고 대답한다. 교육 수준이 다른 소수민족이나 중국인들보다 높아 ‘똑똑한’ 민족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연변조선족 여성들은 신부감으로 환영받는다. 중국 정부의 개방 정책과 함께 사회적으로 의식 있는 연변조선족들과 같은 교육수준이 높은 부류의 여성들이 가부장적인 사고에 매여있는 중국 여성들보다 환영받는 것이다.

“연변조선족들은 어려서부터 조선말을 배워요.” 연변에서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조선말로 가르친다고 한다. 소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해서야 중국어를 배운다. 중국에 살지만 조선말이 모국어이고, 중국어는 제 2외국어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 조선족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한국에 대한 교육도 받는다고 한다. 조씨는 ‘한국’이라고 하면 ‘동방예의지국’의 나라, ‘한강의 기적’같은 말이 우선 떠오른다고 했다. 외환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 사람들이 금 모으기 캠페인을 벌였던 것을 예로 들며, “한국사람들은 감성적이며 정(精)이 많은 것 같다”고 조씨는 말한다. 하지만 “누구나 최고가 되려고 하는 경쟁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며 “이기적인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한다. “자본주의에 익숙해져 기계적인 사고에만 매여 있는 까닭”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여전히 높기만 한 마음의 벽

지난 92년 한·중 수교가 수립된 이후 한국으로 건너오는 연변조선족들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에서 일, 이년 정도 돈을 벌고 돌아가면 편하게 살 수 있는 까닭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건너온 조선족들이 대부분이다. 유학, 기업체 연수, 친척 방문 등을 사유로 한국에 와서 불법체류자라는 낙인을 무릅쓰고 식당이나 공장, 공사판에서 일용직 노동을 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국내 실업률 증가를 이유로 이들에게 불법 체류자 규정을 내려 규제하고 있다.

“얼마 전 불법 체류 상태로 식당에서 일하는 친척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하루 12시간을 팽이처럼 돌면서 어렵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일이 서투르기라도 하면 주인이 때리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죠.” 대부분의 연변조선족들은 이와 같이 부당한 차별과 학대를 받기가 십상이다. 이는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 중국은 못사는 나라, 우리와는 생각이나 체제가 다른 나라라는 생각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저 또한 이와 비슷한 차별을 받은 적이 있어요. KBS 해란강 방송 때였는데 연변조선족들에게 ‘떨거지들이 왜 그리 많이 왔냐’는 말을 했었죠. 또 어떤 사람은 우리를 ‘찐빵 먹는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말했던 적이 있어요.”

‘무지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긴다’

일본의 네즈까 나오끼 교수는 이번 달 말경에 ‘중국(中國)의 연변조선족(延邊朝鮮族)’이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연변의 역사와 현황을 이야기하며 한국 사람들의 연변조선족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출간된다. 이 책에서 네즈까 교수는 ‘무지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긴다’고 서술하며 ‘21세기에는 차별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말한다. 연변조선족들에 대한 차별이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면 이제는 배움으로써 그 무지의 틀을 깨뜨려야 할 것이다. 이에 덧붙여 ‘한국’이라는 나라의 빈약한 전통성이 조선족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새롭게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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