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람 큰 이야기- 어느 졸업생의 대학생활

김성완씨(경영학부졸업, 현재 애경리얼티개발(주)신입사원)를 만난 시간은 개강과 새내기들의 입학으로 학교 주위가 온통 술렁거리는 늦은 저녁이었다. 학교 근처에서 조용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도 그날만큼은 여의치가 않았다.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찾아든 비교적 한적한 커피숍에서 그는 퇴근 무렵 갑자기 일이 생겨 부득이하게 늦게 된 것에 대해 먼저 미안함을 전했다. 그리고는 과연 자신과 무슨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이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는지 알고 싶어했다. 자신은 저명 인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회 초년생일 뿐이라는 말과 함께.

그러나 졸업한지 얼마 안 되는 한 졸업생을 통하여 ‘대학’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를 되묻고 더 나아가 ‘대학’이 우리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그로 인해 파생된 문제점들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는 것은 오히려 저명인사의 개인적인 목소리와는 달리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어느 정도 동감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애경 백화점 소속의 애경리얼티개발(주)에 갓 입사한 그에게 있어 ‘대학’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그와의 인터뷰는 이런 생각에서부터 시작되었고, ‘대학이 취업학원화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대학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생각들을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대학의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인 것 같습니까?’, ‘대학이 보다 나은 신분획득을 위한 일종의 수단이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등등의 다소 곤란한 질문들에 그는 난감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을 시종일관 유지했다.

그에 의하면, 그에게 있어 대학은 인생의 첫 번째 목표였다. 그리고 자신의 두 번째 목표를 정하고, 고민하면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 공간이자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과 여러 가지 많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준 터전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여러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선을 긋게 만든다는 점에서 부정적이기도 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대학을 나왔다, 전문대를 나왔다, 고등학교를 나왔다, 하는 것은 넘어설 수 없는 벽이에요. 벽. 전문대에 나온 사람들이 평생을 일해도, 내가 취한 위치를 따라올 수가 없어요. 실력을 떠나서. 그리고 그것이 바로 현실감 있는 얘기죠. 대학이라는 것이 사회에 어떤 선을 그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그는 그 다음으로 대학 내부에서 곧잘 일어나고 있는 어두운 면들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대학 밖에서 생각할 때 대학은 비판이 활성화되고, 서로를 배려하는 깨끗하고 마냥 순수한 공간으로 여겨지지만 잘 들여다보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학생들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요. 젊은 사람으로서 사회의 불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정작 대학 내부에서는 더 불합리하고 더 구태의연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더라고요. 선거를 봐도, 우리과니까 찍어주고 우리 단대니까 찍어주고. 상황에 따라서 자기들을 합리화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학교 밖에서는 ‘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그래도 가장 자유롭고 깨끗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라는 것, 그런 것을 꼭 알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와 같은 말을 마치고 그는 확인하는 듯 내게 되물었다. “그럼, 이 학교에 우리 나라에서 가장 신선하고 정직한 사람들로만 모여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학생활과 사회생활의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단적으로 ‘긴장감’의 차이에 대해 말했다. 단적인 예를 들어 말하자면, 하늘이 두쪽나도 반드시 아침에 반드시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긴장감을 하루종일 느끼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긴장된 어깨를 만졌다. “대학 생활을 할 때에는 실수를 해도 큰 흉이 되지 않지만, 사회에서는 그것이 통하지 않아요.” 때문인지 그는 대학생들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도 좋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정작 무엇인지 찾아다녔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일단 사회에 나가게 되면 그만한 기회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그는 새내기들이 많이 고민하고, 부딪쳐보면서 많은 곳을 돌아다녔으면 한다는 졸업생으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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