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움츠리고 있었던 청년학생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다시 터져나오고 있다. 4.13 총선을 맞아 대학가에서도 활발한 정치활동의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이다. 민주 노동당, 청년 진보당 등 소위 진보적 정당에 매개된 활동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연계한 낙천·낙선운동에 이르기까지 이번 총선을 겨냥한 대학인의 정치활동은 다양한 면모를 띠고 있다.

활동방식의 다양함은 과거 학생운동권이 조직의 강령을 중심으로 일원적인 정치적 목표 아래 집결했던 것과 상당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이는 대학가에서 기성 정치권을 총체적인 반동집단으로 규정했던 민주대 반민주의 구도가 시류를 타고 점차적으로 희석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탈정치화, 개인화라는 누명을 쓰기도 했지만 이번 총선과 관련한 활동은 대학가가 다양성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새롭게 변모시켰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흐름과 관련하여 우리는 대학사회의 합리적 비판정신이 완전히 실종되지 않았음에 안도감을 느낀다. 실상 정권교체 이후 대학사회의 사회참여 방식은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이론투쟁이나 소수 운동권 중심의 선도투쟁으로 그 입지를 좁혀온 것이 사실이다. 대학사회가 생산적인 진보의 담론을 만들어내기보다 사회와 유리된 고답적인 투쟁담론에 매몰된 것은 대학사회 내부의 구성원들이 활발한 의견교환을 소홀히 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 PC통신과 같은 의사소통 체계는 매너리즘에 빠진 대학사회의 비판정신에 활기를 불어넣은 촉매제로 작용하였다. 따라서 4.13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대학인들의 다양한 정치활동 양태는 무책임한 다원화나 의견의 분열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비판담론의 생성이라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4.13 총선을 통해 조성될 만한 대학사회 내부의 활발한 정치적 토론이 IMF 이후 위기적 국면으로 치닫는 한국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개혁의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소수의 선도적 목소리에 다수가 뒤따르는 식이 아니라, 대학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전문분야를 통해 참신하고 개혁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소위 신세대가 이번 4.13 총선을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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