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람 큰 이야기- 어느 장애인의 이야기

장애인 신문사에서 소개해 준 박호경씨는 방배동에 있는 ‘장애우일할권리찾기연합’의 대표이다. 오른쪽 다리를 조금 저는 정도여서 목발 없이도 다니는 데 큰 불편이 없어 보였다. “장애인 스스로가 의지하려고만 하지 말고 스스로 일을 찾아야 해요.” 박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토해 냈다. “장애인은 벼슬이 아닙니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합니다. 우리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보란 듯이 해야 합니다”

2년 전 몇 명으로 시작한 정부기관과 기업들의 D/B 구축 용역사업이 이젠 비장애인까지 160명에 이르는 규모로 커졌다. “정신지체나 자폐증 등 중증 장애인들도 농장일은 할 수 있고요, 장애인들 대부분도 마우스정도는 움직일 수있어요.” 계속해서 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사고와 행동을 주문하고 있었다.

“혹 장애 정도가 다른 이들보다 양호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중증장애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품었다. 근본적인 사회적 편견과 좪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좫등의 제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듯 했다. 정부와 기업의 의무 고용률이 2%인데도 98년 말 현재 1.15%, 0.46%로 상당히 낮은 것과 1995년 현재 장애인 실업률이 27.5%로 비장애인의 11배가 넘는 것이 장애인들의 노력부족 때문이라고 하기엔 께름직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애의 몸으로 대학에 입학하거나 높은 산에 오르는 것, 장애인 산림청장과 정무수석 임명을 크게 떠들며 “장애인들도 열심히만 하면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다”는 식의 얕은 눈가림과 별 다를 게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박 씨가 오기 전에 만났던 이미숙 씨의 이야기가 되뇌어졌다. “저보다 더 장애가 심한 분이 힘들게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힘들지 않냐’고 했더니 그런 소리 말라고 하더군요” 어릴 때 한쪽 손을 잃은 그녀는 자신도 중증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장애인들조차도 ‘장애인’이란 단어로 주입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혼자 괜히 창피해 하기도 해요” 어쩌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비장애인 뿐만 아니라 장애인자신에게도 진하게 녹아 있는지도 모른다. 박 씨의 ‘일자리 스스로 찾기’는 장애인이 먼저 자신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장애인’들을 볼모 삼아 잇속을 챙기는 구조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간과할 수 없다.
지난 96년 재단비리로 불거진 청각장애시설 에바다학교 문제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를 섭외하다가 한 관계자로부터 ‘장애학생들이 투쟁의 볼모가 되고 있다’며 ‘그런 내용이라면 별 취재거리가 없을 것’이라는 충고까지 들었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장애인 관련 문제에 접근할 때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비장애인들이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부터 버려야 한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눈이 ‘나와는 다른 사람’에 맞춰진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 줄이기는 요원하다.

공평한 분배보다는 경쟁의 효율성을, 사회적 책임보다는 개인의 능력만을 두둔하는 신자유주의의 폭풍 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홀로서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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