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여성노동자 대회

“주변에서 중심으로! 차별에서 평등으로!” 지난 11일 종묘공원에서 열린 여성노동자대회의 슬로건이다.
올해로 92주년을 맞이하는 3·8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 1만 5천 여명의 방직공장 여성노동자들이 모여 ‘하루 10시간 노동시간 준수와 안전한, 작업환경, 참정권과 노조결성의 자유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진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전 세계의 여성단체들은 이날을 여권신장의 날로 상징화하여 매년 다양한 행사들을 벌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주최로 열린 이날 대회는 행사 중심이었던 그 동안의 대회와는 달리 여성 노동자들의 5대 요구안을 내건 집회와 가두행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여성 노동자들이 내세운 5대 요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 보장, 생리휴가 폐지와 야간 연장 근로 금지 완화 반대, 산전산후 휴가 90일로 확대, 출산·육아·영유아교육의 사회 부담화, 각급 조직의 의사결정기구에 여성의 참여 확대’ 등이다.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대회사로 시작된 이번 대회는 절망과 고용 불안이 없는 노동에 희망이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하며 ‘바로 나로부터의 투쟁’을 주장하고 “지역감정을 유발하며 기득권층에 편중하는 무리들을 여성 노동자의 잣대로 이번 4·13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는 박순희 지도위원의 격려사로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한 투쟁의 명분과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대회에는 필리핀 이주 여성 노동자 단체에서도 참가해 한 해에 7천 5백명씩 성산업에 동원되는 필리핀 여성의 실태를 고발하고, “여성 노동자 계급이 하나로 연대하여 전지구적으로 만연되고 있는 성의 상품화 방지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상업연맹 조합원 김시현씨는 휴일도 없이 주 54시간에서 70시간 정도의 노동을 해야하는 70년대로 후퇴한 것 같은 상업서비스 부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여 ‘비정규직의 근로기준법 보호’를 준수 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여성노동자연맹 관악 컨트리 지부의 박군자씨의 “경기보조원을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로 인정하라”라는 내용의 발언도 있었다.
이어진 세종문화회관 노조의 상징의식과 보건의료노조의 여성 노동자 선언으로 본 대회를 마쳤고, 참가자들은 대열을 정리하여 명동성당까지 가두행진을 하며 거리 선전전을 펼쳤다. 명동성당에서는 마이크로노조와 세종문화회관노조의 투쟁연설로 대회가 마무리되었다.

이번 대회의 사회를 본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 소속 KBS 정미정 아나운서는 대회가 끝나고 사회를 보게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KBS라는 공영방송의 아나운서로서 여성노동운동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소신을 가지고 4년 가까이 운동을 해왔고 여성 노동자로서 이런 운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자유주의라는 검증 안된 패권주의로 장애인·노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복지 정책이 소홀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할당제와 같은 양적인 차원의 복지보다는 여성의 권한지수를 높이는 등의 질적 복지의 향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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