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여성노동자 대회

지난 11일 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에 요구한 것은 대개 여성노동자의 권익신장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관악 컨트리클럽(CC) 경기보조원 노동조합원들이었다.

우리가 흔히 ‘캐디’라고 부르는 경기보조원은 현재 대다수 골프장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 여부와 ‘40세 조기정년제’의 실시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보조원의 근로자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1996년에는 “근로자가 아니다”, 1993년에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여 일관성이 없다. 노동부의 경우는 1999년 부산CC 경기보조원 부당 해고 사건에 대해 “경기보조원을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각 골프장에서는 이들의 노조설립을 허가하지 않는 등 아직까지 경기보조원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40세 조기정년제’의 적법성 문제는 여성전용직종이라 할 수 있는 경기보조원의 정년을 일반직 직원보다 낮게 잡은 것이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차별금지 규정에 위반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업주는 경기보조원의 직무의 특성상 조기정년이 불가피하다는 것과 그것이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40세 조기정년제’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김진(시민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말한다.

이렇게 노동자이면서도 법의 보호에서,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되어왔던 경기보조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경기보조원은 골프장의 특성상 지역별로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근무하고 날씨나 계절 등의 탓으로 매일 근무하는 경우가 드물어 시설운영업체와의 관계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지역별 경기보조원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기보조원을 근로자에 포함시키는 문제에서 포함시킨다고 해서 근로기준법을 그대로 적용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논란거리로 남는다. 따라서 정부는 경기보조원과 유사한 취업형태를 띠고 있는 여성취업자의 보호를 위해서 법적·행정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경기보조원의 고용계약은 서류제출, 면접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정년기간, 계약해지 사유, 임금조정방식 등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고용 후의 분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주요 계약내용을 기입한 고용계약서 작성을 의무화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