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여성 노동자 대회

법 가운데 가장 상위법인 헌법의 제 11조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평등하며 성별에 의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동시에 헌법은 여성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제32조 4항), 혼인과 가족 생활은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유지되어야 하고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제36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헌법에 명시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성차별의 각종 법률 규정들은 대부분 차례차례 제거되거나 개정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남성 중심적인 사회적 관행과 여러 성차별 조항들에 의해 여성들의 법적 지위는 남성들과 동등하지 않은 실정이다.

일례로 여자는 혼인 관계가 종료한 날부터 6개월이 지난 후에야 혼인할 수 있는 ‘재혼금지기간’이라는 것이 있다. 이와 반대로 남자의 경우에는 혼인관계가 종료되자마자 곧바로 결혼할 수 있다(민법 제811조). 이러한 재혼금지기간은 여성이 임신하였을 때를 대비해 제정한 것이지만, 빠른 시일 안으로 임신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친자확인도 가능한 지금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 법은 명백히 여성에게 불평등한 법규정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민법 제784조에 따르면, 아내가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아닌 자신의 자녀(전남편의 자녀나 혼인 외의 자녀)를 가(家)에 입적시키려면 남편의 동의나 자녀의 호주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그러나 남편은 본처가 낳지 않은 자녀를 아내나 호주의 동의 없이 입적시킬 수 있다. 이것은 우리 나라의 가족제도가 부부중심이 아니라 남성중심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예일 것이다.

또한 현행법은 성폭력범죄에 대해서 제 3자가 아닌 피해여성이 직접 고소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즉 성폭력으로 상해를 입은 강간치상과, 13세 미만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 한해 친고죄 예외 규정을 두고 있을 뿐, 13세 이상 여성이 성희롱을 포함한 성폭력 범죄의 피해를 입을 경우에는 친고죄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피해 여성이 피해 사실을 감추고 싶어할 경우를 감안해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만든 것이라고 하지만, 이런 의도와 상반되게 피해 여성에게 죄책감과 수치심을 가중시키고 신고조차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여론이다. 이에 여러 곳에서 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제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국회에서 이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이다.

여성이 법적으로 불평등을 당하는 이러한 사례와 별개로, 이미 제정되기는 했지만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법안이 많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년 반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정폭력방지법은 법집행기관의 인식부족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어느 여성단체에 의하면, 경찰에 신고를 해도 경찰은 ‘부부간에 벌어진 일’이라며 그냥 돌아가는가 하면, ‘100M 접근금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해도 단순폭행으로 처리하는 것과 같이 사실상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보호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법률상식이 부족한데다가 경찰도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접근금지 조치와 같은 임시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올바른 법 규정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에 따른 실제적인 법의 적용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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