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권원오 동창회장님, 정우용 기성회장님 그리고 교수, 직원, 학생 여러분!

5월 1일은 우리 서울시립대학교가 개교 82주년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1918년 ‘경성공립농업학교’로 출발한 우리 대학은 1974년 ‘서울산업대학’으로 개편될 때까지는 우리나라의 기반산업이었던 농업의 발전을 위한 지식과 기술을 생산하고, 유능한 농업인을 배출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그리고 70년대 중반의 산업대학에서 오늘 날 ‘서울시립대학교’에 이르기까지는 산업사회에 필요한 생산기술과 사회운영의 지식을 공급하는 한편, 시립대학으로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관계학문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80여년이란 긴 세월동안 이 ‘전농벌’을 거쳐간 2만 여명의 시립대인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진리, 창조, 봉사”라는 교훈을 되새기며, 국가와 서울시 발전의 든든한 초석과 동량이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우리 시립대 학생들의 우수한 자질과, 또 그보다는 잠재력이 큰 학생들을 정성으로 지도하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신 교수님들과 대학행정을 위해 헌신해 주신 직원 여러분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믿습니다. 교수님들과 직원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교수·직원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21세기는 정보혁명과 지식기반산업에 들어서면서 지금까지 지식생산을 독점해왔던 대학의 위상과 역할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식과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대중화되자 지금까지의 대학기능이 기업화 생활현장으로 분산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우리 대학의 역할은 급격히 감소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대학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생존하고 새로운 역할을 찾기 위해 각 대학들은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서울시립대학교도 새천년, 새세기를 맞아서 교수, 학생, 직원이 합심하여 이러한 대학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한편, 대학구성원 모두가 공동체의식을 토대로 하여 우리의 목표인 ‘명문시대’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학기를 맞은 우리에게는 희망의 기운 대신 구시대적인 학생소요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갈등과 반목의 세기였던 지난 20세기에도 볼 수 없었던, 대학본관 점거로 인한 “18일간 대학행정의 원전마비”라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이는 “협력을 통한 공생”이라는 ‘Plus-Sum’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에, 투쟁과 쟁취라는 ‘Zero-Sum’적 구태를 재현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교수, 학생, 직원 여러분!
이제 희망의 5월입니다. 저는 매년 희망의 달, 5월의 첫날에 생일을 맞는 우리 서울시립대학교는 항상 “꿈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대학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번 ‘본관점거사태’와 같은 어려운 일들을 슬기롭게 잘 극복할 수 있다면, 우리 대학에는 ‘명문시립대’라는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고 또 더 오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서울시립대학교는 대학구성원들 각자가 자신의 권리와 이익만을 주장하기보다는, 자신의 책임과 전체의 발전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들이 모인 공동체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저는 오늘 개교기념일을 맞아 제가 취임시에 가지고 있던 초심을 항상 간직하고 우리 대학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자면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은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총장인 저와 교수, 직원, 학생 우리 모두가 자신보다 학교를 더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여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 드립니다.

2000. 4. 28
서울시립대학교 총장 이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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