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속의 서울시립대 ③

우리대학은 공립대로서 사립 대학에 비해 등록금이 싸다. 이런 이유로 지방 출신의 많은 학생들이 우리대학으로 진학한다. 실제로 우리대학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지방 학생들이 많고, 학생들은 하숙집이나 자취방을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999년 신입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기 집에서 다니는 학생은 56.1%로 전체의 반 정도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하숙(12.7%)이나 자취(12.6%), 친척집(12.2%) 등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주거선택을 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이다. 다음으로 주인인상, 방의크기, 청결 상태 등이다. 이 중 하숙집의 장점은 제 시간에 식사를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빨래를 해주기도 한다는 점 등이 있다. 반면에 자취집의 장점을 방값이 하숙에 비해 15만원 가량 싸며, 생활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밥이라도 제대로 챙겨먹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식을 하숙집에 맡기는 것을 선호하지만 사실상 하숙집들의 태도는 횡포에 가깝다. 그 횡포는 하숙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집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이화여대, 고려대 등의 인근 대학 주변의 하숙집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보증금’이라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보증금을 내는 것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어요. 하숙집을 세 군데나 돌아다녔는데 세 군데 모두 보증금을 받더라구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보증금을 낸 건데”라며 안혜정씨(영어영문 99)는 씁쓸해했다. 보증금은 30만원에서 50만원, 100만원 등 그 액수도 다양하다. 100만원의 보증금을 낼 경우, 1년으로 나누어 보았을 때 한 달 평균 2만원을 더 내는 꼴이 된다.

이에 대해 10년 가까이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보증금은 하숙집연합회에서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녜요. 솔직히 보증금을 안 받으면 학생이 언제 나갈지 모르는데 학기 중에 학생이 나가면 손해잖아요”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하지만 채두환씨(도시행정 99)는 “하숙집이 연합해야 한다는 명분을 도대체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며 “하숙집 연합회의 담합에 대한 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모든 하숙집들이 보증금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복지위원회에서 만든 ‘2000 하숙집 길라잡이’를 보면 보증금을 받고 있지 않는 하숙집도 상당수다.
보증금은 하숙생들에게 ‘족쇄’이다. 맘에 안 들어도 한 번 발을 들여놓은 하숙집에서 1년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보증금에 하숙비까지 내면서도 하숙생들은 선뜻 자신들의 불만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 기숙사도 없는 학교에서 하숙생들은 달리 거주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보증금 문제로 고생하는 하숙생들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보증금이 폐지돼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숙사 건립을 통해 지방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서울시청의 입장처럼 “서울시립대는 서울시민의 돈으로 운영되므로 지방학생을 위한 기숙사는 건립될 수 없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50%가 넘는 지방학생들의 고통을 도외시하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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