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고 실무접촉이 한창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나라는 차분하다. 4.13 총선 전 갑작스런 남북정상회담 발표가 ‘북풍’ 시비로 정국을 흔들어 놓았지만 정작 국민들은 의외로 냉정하게 이를 지켜보았다.

94년과는 사뭇 달랐다. 당시엔 물론 냉전의 맹아가 여전히 기를 세우고 있었고 문민정부 출범에 따른 국민적 기대심리가 시너지 작용을 일으키며 온 나라를 흔들어 놓았다. 아이엠에프 관리체제를 거의 벗어났고 민주주의도 진일보하여 사회적 안정이 어느 정도 이뤄진 지금과는 외부환경이 분명 다르다. 그런 점에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여러 제반상황을 고려하는 여유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식이 성숙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94년과는 달리 남북이 직접 만나 회담을 성사시킨 점은 주변강국들과와의 외교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제반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데도 여전히 불안한 것은 정치인 몇 명이나 분단 1세대들만의 통일로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한다고 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필요의식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특히 대학생들은 도리어 ‘왜 통일을 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6대 총선에서도 보여줬듯이 20대 특히 대학생들의 투표율은 매우 낮았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무관심으로 또 정치 불감증으로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묻지마 투자와 벤처열풍이 낳은 물질만능과 인터넷지상주의가 대학생들을 골방으로 몰아 넣고 사회현실과의 괴리를 조장하고 있다. 전통적 산업에서 지식기반산업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고 여기에 현재의 대학생들이 맡아야 할 역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4.19, 5.18을 계승해야 하지 않겠냐는 적극적인 대학생 사회참여론으로 설득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회라는 범주를 피해 갈 수 없다면 자신의 주위에 의도적으로 눈을 돌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낙선 낙천운동이니 개혁이니 통일이니 하는 구호들에 입을 더하진 않더라도 그것들이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고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숨겨져 있는 고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드러나 있는 고리를 확인하는 작업이므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통일이 자신과 전혀 무관하지 않는 것은 주식이나 투자의 흐름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통일의 역사적 상황에 대해 동일한 눈높이를 유지하고 끝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은 현재 대학생들의 우선적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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