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다시 읽기

우리에게 동화는 대개 아름답고 순수한 이야기로 기억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동화가 여타의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역사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사고 방식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즉 동화 속에는 충분히 특정한 역사적 시기의 그릇된 편견이나 가치관이 내재해 있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단적인 예로, 온갖 고초를 겪던 신데렐라는 왕자에 의해 구원을 얻으며,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왕자의 키스로 깨어난다. 왜 위험에 빠진 이는 여자이며 구원해주는 이는 남자인가?

동화가 남녀차별적이며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무의식적으로 내면화시키고 있다는 것에 대한 비판은 그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링 페처의 『누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웠는가?』(1991, 이진우 역, 철학과 현실사)는 그러한 반성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쓴 동화에서 백설공주는 자신의 부귀 영화가 백성들의 가난과 고된 노동을 통해 얻어진다는 것을 깨닫고는 백성을 해방시키는 반란군에 가담하여 혁명 정부를 수립하는 등의 능동적인 여성으로 탈바꿈한다.

또한 신데렐라는 요정이나 왕자의 비현실적인 도움을 받기보다는 하녀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기존의 잘못된 법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투쟁에 몸을 담근다. 즉 이링 페처는 그의 책을 통해 “누가 가장 먼저 이야기를 지어냈고, 왜 무슨 이유에서 지어냈는가?”를 독자들에게 제기하면서, 하나의 텍스트는 역사성과 당파성을 지니고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동화에 대한 이러한 이링 페처의 노력 외에도 최근에 출간된 여러 저작들은 동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하려고 하는 시도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안나 이즈미의 『안데르센의 절규』(좋은책 만들기), 하마모토 타카시의 『잠자는 공주의 수수께끼』(초록배 매직스), 엘렌 다틀로가 엮은 『마법에 걸린 동화』(고도) 등이 그것이다. 이 저작들은 기존의 동화를 패러디하거나, 원전을 발굴하는 작업을 함으로써, 동화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밝혀내고자 한다.

예를 들어 『안데르센의 절규』는 안데르센의 불우한 삶이 동화 속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인어공주가 사랑에 실패하고, 성냥팔이 소녀가 추운 겨울 얼어죽는 이유는 평생 그 누구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살아간 안데르센의 비관적인 세계관에 연유한다는 것이다.

또한 『마법에 걸린 동화』는 “그 후 두 사람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상투적인 해피엔딩 뒤에 이어지는 실생활의 이야기를 조명하는가 하면, ‘인어공주’를 사랑의 아픔을 딛고 자아에 눈 떠 가는 성숙한 여자의 모습으로 그리는 등의 페미니즘적 동화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 두 저작이 동화를 패러디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잠자는 공주의 수수께끼』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모태가 된 동화의 원형에서 왜 성적인 부분이 거세되었는지를 고찰하는데, 지은이의 견해에 따르면 그 이유는 동화를 쓴 그림형제가 금욕주의를 내세운 칼뱅파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저작들은 동화가 끊임없이 분석되고 재해석되어야만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즉 동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적극적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저작들이 일면 도식적이고 미흡한 부분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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