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 되짚어 보기

지난 5월 4일 서울동부지역총학생회연합(동총련) 출범식에 다녀온 우리 대학 00학번 양지현씨(도시행정)는 행사진행 내내 소원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집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며 저들이 얼마만큼 집회의 대의에 공감하고 있는 것인지 회의가 들었다”는 그는 대학 입학 후 현재까지 학생운동에 관한 한 관망 내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현재 학생운동의 주도세력이라 할 만한 한총련은 지난 97년 연세대 사태 이후로 이렇다할 활동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적단체로 규정된 이후로는 한총련의 활동반경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한총련의 모태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주역들이 소위 ‘386세대’를 표방하며 이번 총선에서 제도정치권으로 대거 진입한 상황을 감안하면, 한총련의 쇠퇴는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불패의 신화’가 ‘캠퍼스의 왕따’로 변질하는 것일까.

이 같은 흐름은 대학사회 내에서 정치는 정치, 대학은 대학이라는 사고방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항시적인 정치적 각성을 촉구했던 기존의 학생운동정서와 달리 사안별로 뭉쳤다가 사업을 마치면 다시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는 운동방식이 눈에 띠게 나타난 것도 최근의 현상이다. 지난 4.13총선 당시 낙천·낙선 운동의 흐름을 타고 대학생 총선본부가 결성되어 활동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만하다.

98년 우리대학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전병은(영문 94) 씨는 현실보다 노선을 우선하는 한총련의 운동방식을 ‘강박관념’이라 표현한다. “한총련은 2000년 주요사업으로 범국민 반미항전을 계획하고 있지만, 한총련이 결국 학생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교육투쟁이나 남북정상회담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많은 대학들이 비대화된 한총련의 의사소통 구조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조직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국학생회연합(이하 전학협)은 반미자주라는 한총련의 정통노선을 비판하며 ‘반자본, 직접민주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2000년 전학협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99년부터 결성을 준비한 이 단체도 현재까지 의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전병은 씨는 “깃발 하나로 헤쳐 모이는 식의 운동이 아니라, 분화된 정파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상호부조하는 양상으로 운동양식이 변화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그러나 “괴리감과 무관심이 학생운동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고 단언하는 우리 대학 2학년 한정미씨(국사)와 같은 ‘일반학우’들의 민심을 되돌리지 못하는 한, 어떠한 학생운동 조직도 신화의 역사를 다시 쓰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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