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너무 정치적이어도 불행하고 또 지나치게 정치를 외면해도 불행한 일일 것이다. 해방 후 50년을 한국인은 지나치게 정치 편향적으로 살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대학생들은 그 권위적이고 극우적인 정부에 대항하며 자신의 역사적 역할을 해왔다. 그 50년 역사에서 특히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은 학생운동의 폭발력을 최고 수위로 오르게 하는 대 사건이었다.

80년대 학생운동이 그 정점에 있어야했던 필연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소위 386으로 통칭되는 세대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모든 것을 정치적인 잣대로 가늠하고 우리 사회의 그 숨막히는 껍질을 깨는 것이라면 마르크스도 주체사상도 거침없이 받아들였던 세대이기도 하다.

87년 6월의 전국민적인 저항은 우리 사회를 굉장히 투명하게 했으며 자유로운 사고를 하게 했다. 得魚忘筌이라고나 할까. 지난 시절의 모든 사상이념을 버리고 이제 ‘386’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새롭게 찾는다. 왜곡된 사고와 체제에 저항하다 보니 스스로들도 상당히 편협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간 주역이라 자부하며 오늘을 살고 있다.

90년대는 ‘386’으로 하여금 침묵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바로 그 10년이 학생운동의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시기였고, 아직은 새로운 모색이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 또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비정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지금의 대학생들이 찾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 사회를 이루며 사는 이상 공동체의 리더들은 반드시 존재하게 되고 그들은 대학사회에서 훈련되어 진다. 지금의 대학생들이 이 사회의 리더가 될 때 과연 대학시절 어떤 철학과 비젼을 가졌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삶이 이상이기는 하지만 젊은 시절의 진지한 사색과 실천은 이 시대의 유행어가 되어버린 벤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십년이 지나지 않아 지금의 대학생들은 어쩌면 후배들에게 자신들의 의지와는 다른 폄하된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역사의식도 필요할 것이다.

이철우(영문 84)
전대협 동우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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